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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ANYWAY, LIBRARY5

[어쨌든, 도서관] #6 신간은 없어도 구간은 가득히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서가 사이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 책이 많다. 책 속에서 길을 잃는 일은 말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 다닐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길치이기 때문일까. 제목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서가 사이에 갇혀 예술 분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머리 위 팻말이며 바닥의 표시선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출구는 또 어디야. 책이 가득 찬 도서관이지만 생각보다 없는 도서가 많다. 국내에서만 한 해에도 몇 천 권의 책이 나오니 현실적으로 모든 책을 다 구입하기란 불가능하다. 예산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수서 원칙에 따른 제약도 있다. 각 도서관은 자료를 구입하는 기준이 있다. 학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대학 도서관은 연구를 위한 책이 일반 도서보다 중요하다. 당연한 일이다. 도서관의 책 구입 속도는 출판 .. 2022. 1. 26.
[어쨌든, 도서관] #5 책을 아프게 하지 말아요 대출대에 근무하다 보면 안타깝거나 화난 표정으로 책을 들고 오는 이용자가 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아, 책에 낙서가 많구나. 같이 안타까워하고 책은 할 수 있는 선에서 낙서를 지우지만 그렇다고 도서관 전체 자료의 낙서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낙서가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라 읽던 책에 낙서가 있으면 독서고 뭐고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낙서부터 지운다. 그나마 연필로 해주면 양반이지. 어떻게 남의 책에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줄을 그을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도대체 누가 낙서를 했는지 찾아낼 방법이 없다.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도서관이 실행하지 않았을 리 없다. 대출해서 하셨나요? 그럼 반납 때마다 모든 책의 상태를 살피고 받아야 하는데. 자료실에서 읽다가 하.. 2020. 9. 24.
[어쨌든, 도서관] #4 예약도서 기다리기 모든 도서관에는 도서를 예약하는 기능이 있다. 대출 중인 도서에 다음 대출을 위해 줄을 서는 기능인데, 예약이 걸리면 대출 중인 이용자는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 보고 싶은 책을 바로 찾아보는 게 최고지만 나는 이런 기다림을 일부러 예약할 때가 있다. 서가에 올라가 책을 찾기가 귀찮을 때나 당장 읽을 책이 한두 권은 있을 때면 나는 읽으려던 책 목록 중 대출 중인 책을 찾아내 굳이 예약을 건다. 연락은 대체로 한 달 이내에 온다. 띠링. 대출 데스크에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으면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그곳으로 총총 달려간다. 누군가의 노고 덕에 내 작은 게으름이 무마된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지루하다. 특히 당장 지금 읽어야 더 재밌을 베스트셀러가 그렇다. 도서관은 특정 도.. 2020. 9. 8.
[어쨌든, 도서관] #3 도서관 1층에는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우리 도서관 로비층 중앙에는 대출대와 몇 개의 소파, 컴퓨터실, 참고자료실이 있다. 언제부터 이 구성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10년은 거뜬히 넘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시대에 따라 바뀐다는 것.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용자도 많지는 않지만 참고자료를 이용하러 오는 사람은 정말이지 적다. 참고자료는 지도, 연감, 사전처럼 말 그대로 다른 연구를 하다 참고할 자료를 말한다. 하지만 네이버 사전을 두고 종이 사전을 찾거나 구글 지도 대신 낡은 종이 지도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유용했을 자료지만 2020년과는 전혀 맞지 않아서 참고자료실은 어느새 조용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공간 활용 문제가 제기되기를 오래, 결국 해당 구역을 다른 모습으로 바꾼다는 .. 2020. 8. 20.
[어쨌든, 도서관] #1 사서의 책 사냥 직업이 사서라 밝히면 항상 따라오는 말이 있다. 업무시간에 정말 책 읽어요? 혹은 책 많이 읽어서 좋겠네요. 대답은 늘 같다. 제가 있는 부서는 책이랑 관련 없는 일을 하고, 관련 있는 부서라고 해도 책 겉표지나 좀 보지 내용을 읽는 건 아니에요. 속으로 외친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구요! 돈 받고 일하는데 맨날 책이나 어떻게 읽어요! 대체 누가 월급을 줍니까!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그게 상식인가 싶기도 하다. 그들이 만나는 사서는 공공도서관 혹은 대학도서관의 대출대에 앉은 누군가겠지. 그분들이 책을 자주 읽고 있는 건 사실이니 지극히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대출대에 앉은 젊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계약직이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슬픈) 사실 쯤은 이용자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카페 .. 201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