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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78

2024.1.30. 데굴데굴 굴러가는 이상한 날들 1. 마감이어도 죽으란 법은 없다고 기관의 회계 마감 날짜를 착각했다. 15일에 메일이 왔는데 정신이 쏙 빠졌는지 눈으로만 읽고 머리는 이해를 안 했지 뭐야. 일주일이 지난 23일, 번뜩 생각이 나 메일을 다시 읽었고 올해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마감이 한 주 당겨진 상황을 깨달았다. 아니 안되는데! 회계 마지막의 마지막에 지출할 일이 있어 임박해서 처리하겠다고 적당히 읍소할 생각이었다. 이러면 적당한 읍소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헉 카카오 이모티콘을 쓸 수 있었다니...! 이제 알다니!) 얼른 담당자에게 고해성사하고 나머지 예산을 처리하고 부랴부랴 퇴근하기까지는 좋았지.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해내다니 이제 짬이 좀 찼다 싶었다. 그런데 운동도 다 끝내고 침대에 누우니까 끝없는 생각이 이어졌다. 한 주.. 2024. 1. 30.
2024.1.23. 작은 성취 작은 고민 작은 행복 1. 드디어 나도 애드센스 이용자! 방문자 수가 겨우 두 자리 대지만 나도 애드센스를 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몇 년 전 진작에 시도해 보지 않았겠어요? 글 수도 많고 저품질 글도 아니라고 믿었기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애드센스 고시에 통과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상하게 애드센스가 막혀버렸다. 친절한 구글은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는데, 한 줄이었던 사유를 떠올려 보면 -내가 해석하기로는- 내가 내 광고를 너무 많이 본다고 했다. 대체 뭔 이야기인지. 내 블로그를 내가 들여다보지 말란 말인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문의를 보냈지만 구글 본사에서 읽어줄 리 없었다. 새로운 아이디로 또 신청했는데 같은 이유로 거절당하고 만 뒤에는 여우의 신포도처럼 나도 관심 없던 척 포기해 버.. 2024. 1. 23.
2024.1.16. 좋은 것도 있고, 싫은 것도 있고 1. 노량 노(No)! 웡카 웡(좋아)! 영화 노량을 봤다. 개봉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상영 횟수가 많았지만 귀로 들려오는 관람평은 그 공세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를 봤고, 역시는 역시였다. 지겨워서 몸을 꼬았다. 영화의 플롯도 이순신의 연기도 그 무엇 하나 감동적인 것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인정받는 장수를 북소리 PTSD 환자로 만드는 건 아무리 국뽕이라도 너무하지 않았나(백윤식 배우의 연기는 참 멋졌다). 공을 쏟아부어 만든 결과물이 실망스러우면 기운 빠질 텐데. CGV에서는 웡카 굿즈를 벌써 판매했다. 찐한 초콜릿 팝콘과 랜덤뱃지를 샀다. 움파룸파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딱 나와버렸다. I am a perfectly respectable size for an Oompa Loompa! 노량.. 2024. 1. 16.
2024.1.8. 그래도 새해 첫 주는 잘 보냈다구 1. 새해 첫 주 저리 가! 주4 운동 괴로웡! 서로 운동을 다그치는 관계의 회사 동기가 있다. 내가 PT에 가는 날이면 얄짤 없이 가야 된다고 우기곤 하는데 어느 날부터 이 친구의 운동 열정이 대단해져 버렸다.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운동을 꼬박꼬박 나가지 뭐야. 헬스를 다니다 못해 수영까지 한다니 나도 분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당근을 한다고 종종거린 데다 피티가 유난히 힘겨워 금요일 운동은 적당히 빠지려 했는데, 열정이 뻗치는 이 친구가 하루 종일 사내 메신저로 나를 설득했다. 귓등으로 듣고 저녁에는 쉬려고 했는데 무려 카톡까지 따라왔다. 온갖 질타에도 굴하지 않았던 내가 움찔해 버린 단어는 바로 ‘새해 첫 주’. 새해라는 말에 무감각한 편인데도 첫 주부터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릴.. 2024. 1. 8.
2024.1.2.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근데 이제 내가 먼저 웃어버리는) 1. 크리스마스에는 별 것을 안 해도 좋아, 이틀 연속 만나도 좋아, 멋진 선물을 아무렇지 않게 해주는 너의 마음이 좋아 사귀고 첫 1~2년간 우리는 크리스마스라면 특별한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혔다. 우리라기보다 열받은 나만 그랬던 것도 같고. 그 모든 시간을 넘어 크리스마스거나 말거나 연말이거나 말거나 늘 비슷한 시간을 보내는 커플이 됐다.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보고 싶다고 제안한 ‘리빙: 어떤 인생’을 보았다. 이런 영화는 싫어하겠거니 하며 지루하였다는 평을 기다렸는데, 오히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꺼내 오래 이야기하게 됐다. 서비스를 해주어야 하는 직업은 이렇지. 영화를 열심히 보는 건 오로지 끝나고 나와서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나의 영화 관람 역사는 B.J.. 2024. 1. 2.
2023.12.19. 요즘만 같으면 좋겠네 1. 자주 가는 카페에 하루에 한 번 인증을 시작했다. 오늘 할 일(했는지 여부 기재)과 감사한 일, 지출 내역을 적는다. 며칠 해보니 하루를 쌈박하게 마무리하는데 은근히 유용하다. 1년 정도 모으면 유용한 데이터가 되겠다 싶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던 차, 매일의 지하철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지도 적어볼 생각이 들었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시간에 나는 생산적이고 싶었을까, 쉬고 싶었을까. 지하철을 30분씩 타게 되면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관심이 많아졌다. 나를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확장해 보려고. 나는 한 달에 며칠이나 쉬고 싶고 며칠은 생산적이고 싶어 할까? 2.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갤럭시탭에 낙서하는 걸 화면 녹화해 편집했다. 낙서는 늘 좋아해서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 2023. 12. 19.
2023.12.13.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행복에 가까워진다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 걸렸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남자친구에게 옮았다. 설마 옮을 줄이야! 좀 컹컹 거리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주말 이후 네 증상도 몹시 심해졌다. 나는 어떻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니까 너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데이트가 일주일의 낙이라 포기하기 어려웠단다. 주말에 둘이 수탉의 파티 애니멀즈 영상을 보며 데굴데굴 웃어댄 터라 이해는 갔다. 혼자 보면 재미없지. 미안하다고 해 봐야 이미 옮았고, 아무튼 그래서 목소리를 잃었다. 아이고 아파. 이번주는 계속 혼자 점심을 먹는다. 쇳소리로 감기 전염 우려를 표했더니 모두가 인정해 주었다. 수요일엔 별렀던 스타벅스에 왔다. 나는 작은 로망이 있었다. 일하다 스타벅스에서 점심 먹으며 시간 보내기. 이 얼마나 소박한 바람이야?.. 2023. 12. 15.
2023.11.28. 악마같은 나를 무심코 사내 시스템의 인적사항 탭을 눌렀다가 최근의 승진 순위를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 무려 후배보다도 낮은 고과를 받았다. 사기업이라면 정리해고 1순위가 될 일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알고 있다. 4월의 나는 상사와 싸웠고, 5일이나 연차를 냈다. 쫓기듯 먼 부서로 발령이 났다. 많은 걸 예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상상력이 부족했다. 더 참았어야 했을까. 자꾸 그때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싸움에 서툴러서 멋지게 이기지는 못했다. 나를 밟은 사람은 기관장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까 싶었던 상사는 자신의 자리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나를 지키지 못해 뼈저리게 아파하던 시간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 2023. 11. 28.
2023.11.6. 쫄딱 젖으면 개운하게 씻으면 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종종 우울했고, 몸이 붇는 걸 느꼈고, 무기력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저녁이 허다했다. 그 와중에 내 답보상태를 정리하는 글을 써보기도 했다.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운동을 해야 해. 피곤한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를 방치하면 몸이 나빠지고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법이다. 알면서도 몸이 무거워서, 머리가 지끈거려서, 귀찮아서 미뤘다. 먹기 위해 입은 쉴 새 없이 놀렸지만. 몸도 마음도 팅팅 불었다. 지난주 금요일, 괴로웠던 업무의 한 단락이 끝나고 마무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기원했지만 일이 뭐 내 마음대로 되나.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서.. 2023. 11. 6.
2023.11.6. 10월 중 홀로 경기도 왕복 운전 성공을 기념하며 나이를 먹다가 갑자기 한 살 후진을 해서일까, 요즘 기분 상태가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내가 몇 살인지도 계산이 어렵고 서른 이후로 마냥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이 갑자기 치밀 때가 있다. 나를 달래며 지난 3년 간 답보상태인 것과 성취한 것의 목록을 적어본다. 답보 목록 1. 몸무게: 몇 년째 제자리걸음. 올해 좀 결실을 보나 했는데 코로나+발목 접질림으로 몇 달간 쌓아 올린 루틴과 몸을 싹 잃었다. 진심으로 한심하다. 2. 업무: 편해서 좋았지만 해낸 것은 없었던 지난 부서의 생활이 2년. 좋지 않은 모양새로 지금 부서에 넘어온 것도 패배자의 뒷모습. 업무적으로 2020년의 나와 2023년의 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조금 더 노련해졌을까. 덜 당황할까. 스스로 .. 2023. 11. 6.
2023.10.23. 시간을 보내는지 시간이 알아서 가는지 한 달쯤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이만큼 블로그를 모른 척해본 것도 오래간만이네. 구구절절 이유를 갖다 붙이는 일은 그만두고, 그냥 아무 일 없었던듯 하던대로 기록을 해본다. 1.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경기도로 자주 출장을 간다. 서울역에서 1시간쯤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탄다. 일해주는 업체와 마음이 전혀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넘쳐흐른다. 이럴 땐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게 큰 위안이 된다. 몇 년을 보아야 할 옆 자리 동료가 아니라 몇 주만 보고 끝날 단기 파트너니까. 해방의 날에는 참으로 행복하겠지. 일을 대단히 잘 해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해내야 할 일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면 결국 사업은 사람에 달렸구나 싶다. 다음도 없고 확장도 없는 상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마음고생은 하지만 배울.. 2023. 10. 23.
2023.9.21. 오래간만에 말이 많아지는 건 1.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어제 딱 하루 개인 운동을 나갔기에 시작했다고 선언하기 머쓱하긴 한데. 코로나와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멀리한 지 어언 3주. 빠진 살이 돌아오다 못해 더 붙는 걸 반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더랬다. 어깨가 말리고 자세가 나빠졌고, 체력이 약해져서 저녁이 점점 피로해졌다. 운동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흘러갔던 시간이 가치 없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통근 시간에는 재미있는 영상을 들으며 귀여운 숨은 그림 찾기를 했다. 평온하고 아기자기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평화로울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건 후에 돌아보면 그때만큼 좋은 시간이 없단 뜻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반지가 더 이상 작아지게 만들 순 없어서 꾸역꾸.. 2023.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