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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78

2023.5.26. 나의 장점, 단점, 환경, 결핍 파도가 밀려오면 덜 흔들리겠다고 생각한 지 몇 년이 지났다. 파도를 겪고 보니 덜 흔들리는 게 아니라 뿌리를 깊게 내려서 아예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더라고.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오늘도 노력한다. 그리하여 나를 잠깐 되돌아보는 날. 장점 꾸준하다.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체로 지속하는 편.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게 적성에 맞아서 더욱 그러한데, 제대로 삶에 끼워 넣은 과정은 오래도록 유지한다. 블로그가 그렇고, 매월 자산 검사가 그렇고, 일주일에 3~4번은 다니는 저녁 운동이 그렇다. 정리를 잘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다. 자격증을 따서 봉사활동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적성에 맞는다. 방 정리는 물론 집안 정리도 많이 해냈다. 회사 책상도 늘 깔끔하게 유지한다. 가끔 동료가 감탄한.. 2023. 5. 26.
2023.5.18. 잘 적응하고 있어요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니 지출의 개념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써야 하는 지출인 교통비와 점심값이 늘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주 빽빽하지는 않은 지하철에서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도 좋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번화가에 매일 나가니 새로운 곳을 구경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녁이나 주말에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집착도 줄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교통비는 최대 7만 원 중반이 나오겠지만 10% 카드할인이 되니 6만 원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용돈에 그렇게 책정해 두었으니 큰 무리는 없지. (다만 하반기에 요금 인상이 있다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여러모로 새로운 상황이 부담스럽지 않아 신경 쓰지 않는다... 2023. 5. 18.
2023.5.14. 두 번째 부서라는 장(章)을 마무리하며 끝마무리가 예쁘진 않았지만 한때는 정말이지 사랑했던 부서에서의 생활이 끝났다. 2년 4개월 있었네. 그곳에서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기록하지 않으면 마지막만 기억하게 될 것 같아서. 1. 자료실에서 매일 이용자를 만났고, 내가 이용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자료실 근무였다. 많은 책이 이용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서가에서 보물 찾기처럼 옛 서적을 찾아내는 일도, 낡고 떨어진 책을 간단하게 수선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물론 민원이 좋진 않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내 모습도 좋았다. 양해 구하기. 예쁘게 말하기. 이용자 전화만 오면 벌벌 떨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악성 민원인의 전화도 그러려니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를 도운다는 사실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 2023. 5. 14.
2023.5.13. 시간은 가고 나는 산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쓰며 기억은 금방 휘발되고 기록한 대로 믿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떤 일을 겪었건 간에 내가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이야기. 이 점을 기억하며 이번 소동과 발령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부분을 추려본다. 첫 회사에서의 나는 부당함에 맞서지 못하고 함께 웃었다. 사람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대신 나를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웃음 때문에 오래 아팠다.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나를 지키려면 어떻게든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싸워야한다는 마음으로 무장한 나는 이번 회사에서 정말 싸움을 했다. 상대의 싸움 방식을 잘 알았기에 지지 않고 응했다. 그 순간의 나는 꽤 잘 싸웠다. 모든 기력을 다 써버렸지. 그게 문제였다. 잘 싸.. 2023. 5. 13.
2023.4.19. 대접과 절약 그사이 어디쯤 미용실은 일 년에 한 번만 간다. 돈을 모으자고 결심한 몇 년 전 정한 원칙이고, 근 5년은 그 원칙을 잘 지켰다.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나면 몇 달 후 필연적으로 거지존을 지나게 된다. 엉망인 머리를 여름 핑계로 묶어가며 버텨냈다. 적당히 길어지면 풀고 다녔고, 긴 머리가 무거워 못 견딜 때쯤이면 미용실에 갈 시기가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지존의 시절이 왔다. 사실 머리가 애매한 길이인 것쯤 참을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싫어하는 것은 정수리에 잡초처럼 짧은 머리카락들, 그리고 새로 자라나서는 자기 멋대로 뻗쳐버리는 앞머리의 잔머리들이다. 머리를 묶을 시기가 도래했나 생각하다가 나를 이렇게 방치하고 싶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미용실을 두 번 가면 되는데, 언제까지고 미련하게 참아야 할.. 2023. 4. 19.
2023.4.7. 좋은 건 많이많이 어제 찐적꾼적한 일기를 쓰며 좋은 이야기만 남기고 싶다고 했으니 좋은 날에는 바로 기록을 남긴다. 나중에 또 행복할 수 있게. 행복은 많이많이. 1. 남자친구의 이직이 확정되었다. 좋아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된 너를 보니 마음에 뿌듯함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네가 마음고생을 더 하지 않아도 되어서 진심으로 좋아. 내게도 내색을 못하고 참던 너에게 나는 대단한 위로가 되지 못했다. 힘들 때 편이 되어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흔들리기만 하는 종지만한 그릇의 나. 미안해. 축하해. 행복하자. 2. 새벽에 성과급이 나왔다. 사기업에 비하면 쥐콩만하겠지만 내게는 상당한 액수였다. 매달 정리하는 자산 기록장을 살펴보며 올해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저축액의 앞자리를 바꾸는 목표를 세워야겠다 싶었다. 내 자산이 생각보다.. 2023. 4. 7.
2023.3.24.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2주일이나 일기를 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걸고 급박하게 기록을 늘어놓겠다. 좋은 일만 쓰고 싶어서 기분이 꿀꿀한 주를 넘어갔더니(3월 14일은 회사의 행사 개최 날이었고, 나는 기분이 아주 썩었고, 분노와 짜증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자꾸 지나치게 되네. 정신을 뽀짝 차려본다. 1. 지지난주 목요일에 2.2km의 달리기와 쿵쾅거리는 점프를 한 뒤 내 무릎은 망가졌다. 오만하게 일주일쯤 쉬면 나을 줄 알고 지난주의 운동은 태만한 태도로 흘려보냈는데, (PT 선생님 말씀대로) 일주일로는 택도 없었다. 무릎이 아팠다가 발이 아팠다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혼자서 돼지파티도 성대히 개최하였더니 몸이 무거워지려 해서 발이고 무릎이고 상관없이 운동을 하려 했다. 운동을 말.. 2023. 3. 24.
2023.3.7. 소소하게 잘 지내게 1.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시간이 맞아서 선택한 서치2는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재미있었다. 서치1도 흥미롭게 봤긴 했지(당시만 해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화면 구성이 몹시 새로웠다). 영화관 매점은 시끄럽고 팝콘이 휘날리고 음료가 쏟아지는 아수라장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해 뒀던 팝콘과 커피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뭐, 스무 살의 나도 그만큼 서툴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까탈스러운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대단한 걸 원하면 대단한 값을 내야 하는 거고. 삼각지 카카오봄에 가서 65%짜리 코인초콜릿을 샀다. 입맛을 떨쳐내 줄 다크초코가 필요한데 또 너무 써서 침을 삼키기도 힘든 맛은 원치 않았다. 모험으로 사봤는데 딱 내가 찾던 맛이었다. 악마초콜릿 젤라또.. 2023. 3. 7.
2023.3.2. 일단 가다보면 어디든 도착하겠지 2주 연속으로 달리기 이야기를 하게 되네. 누가 보면 대단한 러너인 줄 알겠다! 연초의 버프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꽤나 운동을 잘 나가고 있다. 살을 빼겠다는 목표에서 근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넘어간 뒤, 이제는 달리기를 잘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문자 그대로) 달리고 있다. 코로나 직전부터 5km를 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무려 2020년부터 나는 달리기가 하고 싶었네. 이러쿵저러쿵 미루다가 런데이를 시작한 게 작년 10월, 이제 2km 정도는 느리게나마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짧을 2km지만 1km를 달리는 체력장이 한없이 길었던 내게는 아주 뿌듯한 수준이다. 유튜브에서 초보자를 위한 달리기 영상을 보고 런데이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무작정 뛰었다. 처음에는 종아리가 심하게 뻣뻣.. 2023. 3. 2.
2023.2.20. 자아도취 20대의 내가 30살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고 좋아했겠다고 깨달았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20대는 젊고 패기 있었지만 불안하고 가진 게 없었어. 그래도 뭐든 해보려고 부딪혔는데, 10년을 돌아보니 나름 쌓은 게 있었지 뭐야. 30대 중반이 되면 30대 초반의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었는데. 고작 32살이 된 지금, 나는 또 30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멋진 언니라서 좋아하리라고 느낀다. 나는 건강하고, 자세가 바르고, 숨을 헐떡거리더라도 꽤 안정적으로 조금은 달릴 수 있고, 꾸준히 돈을 모으고, 포근해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불안해도 금방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지 알아서 나를 위해 매일의 조금을 쓴다. 요즘의 작고도 큰 행복은 아침에 정리하고 필로우미스.. 2023. 2. 20.
2023.2.15. 정리해보니 꽤 괜찮은 시간 1. 나만 알더라도 충분히 좋은 순간이 있다. 요즘의 순간은 다음과 같다. 팽팽히 끼던 셔츠의 팔뚝 부분에 여유가 생겼을 때. 점을 빼느라 생겨난 작은 딱지가 자고 일어나니 떨어져 있을 때. 여차하면 비명이 나오려 했던 폼롤러 마사지였는데 좀 참더라도 두 다리를 한 번에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얼마만큼 부자가 되고 싶은지 몰랐던 시기를 지나 이 정도가 되면 멈추어야겠다는 판단이 들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침에 정리한 이부자리에 들어가니 필로우미스트 향이 폴폴 나서 포근하기 그지없을 때. 별 일이 아니고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생각도 없지만 떠올리면 흐뭇해서 웃음이 난다. 이런 순간이 모이면 살만하다고 느끼는 일상이 된다. 오늘 아침에는 며칠 만에 커피를 마셨다. 어찌나 맛있던지 순도 높은 만족.. 2023. 2. 15.
2023.2.10. 미루기 혹은 미루었던 일을 하기 1. 유튜브가 교착 상태에 있다. 대책없이 일상 브이로그를 찍다가 아이디어 고갈과 조회수 정체에 맞닥뜨렸다. 처음에는 시작한다는 사실만으로 설레서 아무 상관이 없었지. 몇 달 지나니 계속 이렇게 갈 순 없겠는데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만 멈추자기에는 영원히 종료시키자는 이야기로 들릴까봐 말을 꺼내기 어렵다. 판단을 미루고 일단 아무 영상이나 만들어 보는 중. 고민이 깊다. 2. 사소해서 외면했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 싶었던 것들을 뿌리 뽑기로 했다(오 관용구가 아니라 진실로 뿌리를 뽑는군). 밀려있던 일을 해치우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고 싶어서일까 가뿐해지고 싶어서일까. 아무려나 해야하니 상관은 없다. 얼굴의 점을 빼려고 피부과를 예약했다. 1월 말부터 마스크는 의무가 아닌 권고가 되..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