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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78

2023.9.13. 별 일 없고 그래서 편하고 편해도 되나 싶지 1. 타인의 부고를 쓰는 것 혹은 읽는 것은, ‘애도’라는 여비를 지불하고 한 인간의 인생 터널을 관람하는 ‘가성비 높은’ 체험이다. 수많은 죽음을 접한 그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의 부고는 당신이 직접 쓰라’다.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죽기 전 최고의 글쓰기…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WSJ 부고 기자의 조언 中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나이가 적건 많건 누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유언을 미리 써두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으로는 동의했지만 선뜻 당장 쓰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는데, 대화 이후로 가끔 무슨 유언을 남겨야 할지 생각하곤 한다. 유언이건 부고건, 무언가 남긴다면 아래의 내용을 담고 싶다. 따뜻하고 편안한 사람이 되.. 2023. 9. 13.
2023.9.7. 진짜 소소하고 짧게 써야지 1. 코로나에 재감염됐다. 격리 권고 5일의 막차를 타서 며칠을 집에서 쉬었다. 재감염은 좀 우습게 보았는데 기침과 가래에 고통받았더니 가슴팍이 아려 온몸에 힘이 없었다. 콧물이 주르륵 흘러 막 쏟아지는 건 또 어떻고? 하지만 목이 심하게 아파 미치게 괴로웠던 작년에 비하면 낫기는 했다. 언니의 입원으로 엄마가 없어 응석을 부릴 곳이 없었다. 약때문에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아빠는 아빠의 식사를 스스로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상황. 귀찮아서 대충 고른 고칼로리 음식들과 열이 나서 땡기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옷이 헐렁해져서 놀랐다. 코로나가 감염이건 백신이건 독감처럼 1년 정도 주기로 몸에 돌아온다는데, 내년에도 이렇게 아플 생각을 하면 눈앞이 아득하다. 1주일 만에 다 낫지도 못했다고요! 2. .. 2023. 9. 7.
2023.8.22. Love is an open dooooor 어떤 세상의 문은 갑자기 열린다. 왜 열리는지도 모르게,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게. 쏟아지는 문 밖의 빛을 보며 눈이 부시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도달한 곳을 둘러보면 그곳은 어디이긴 하다. 그게 어디든, 이전보다 더 좋은 곳. 1. 연초에 올해는 꼭 달리기를 제대로 해보겠노라 다짐했다.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리는 중에 통증이 찾아왔다. 무릎이 내 무게는 버텨줄 수 없더라고. 이를 어째. 달리기 말고 다른 운동을 하면 더 좋았겠지만 미련이 남았다. 통증이 사라진 후 결국 인터벌 달리기를 시작했다. 인터벌은 쉬는 구간이 있어 무릎이 아프지 않다. 3분간 워밍업 걷기를 한 뒤 9로 2분 뛰고 4로 3분 걷는다. 달리기를 다섯 번 반복하고 마무리 걷기를 5분 한다. 딱 3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8로 뛰었다가 .. 2023. 8. 22.
2023.8.18. 나의 평온을 가장 방해하는 건 나 1. 체험 삶의 현장에 다녀왔다. 쇼핑몰 타이쿤이 재미있어 보였고, 가끔 육체노동도 해보고 싶었고, 쇼핑몰에 대해 무엇이든 배우게 되면 언니에게 스마트스토어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아무려나 아르바이트를 좋아했던 알바몬 천성이 어디 가겠어. 남자친구에게 들어온 제안을 얼른 수락하라고 종용했다가, 나까지 갈 수 있다기에 나도 간다고 얼른 손을 들었다. 새로운 경험 좋아! 아르바이트 좋아! 힙한 티셔츠를 주로 파는 쇼핑몰은 여름세일 마지막 날이었고, 열흘 간의 세일 물량을 하루에 다 포장해야 했다. 수백 장의 티셔츠를 보며 의지를 다졌지. 좋오아. 이까짓 것쯤! 낮은 테이블 앞에 서서 허리를 굽히고 검수를 하려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꾀를 부려 물건을 높이 쌓아두고 일하자 허리는 나아졌지만 피로.. 2023. 8. 18.
2023.8.6.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여름 휴식의 한 주가 끝났다. 이번 휴식은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라 정리하고 싶다. 10대처럼 전력을 다해 운전을 배웠고, 10대의 언니와 나처럼 일주일 내내 단짝으로 한 주를 보냈다. 1. 9월부터 양평에 출장을 자주 다녀야 하는데 대중교통으로는 보통 오래걸리는 게 아니라 급히 운전을 배웠다. 7월부터 연수를 시작했고 이번주에는 매일 운전을 했다. 차 엉덩이에 초보운전을 두 개나 붙이고 뽈뽈뽈 돌아다녔지. 지난주 토요일과 이번주 목요일 운전 능력이 내가 느끼기에도 차원이 달랐을 만큼 실력 향상의 뿌듯함이 크지만, 아직 양평을 혼자 왕복하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계속 도와줘요 아빠😍). 운전을 익히며 무언가를 바닥부터 시작해 능숙해지려고 안간힘을 썼던 게 언제였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배우.. 2023. 8. 7.
2023.7.27. 조바심을 내려놓기 ‘성격이 급하다’와 같은 말은 ‘조바심이 자주 난다’가 아닐까.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조바심 대마왕인 나는 떠오를 때마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되뇐다. 조바심을 내면 정신력을 과도하게 소모하고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누군가는 애를 써야 급해질 텐데, 나는 가만히 있으면 급함이 기본값이라 문득 급한 나를 깨달으면 앗차 싶다. 이번에도 그런 나를 깨달았고, 마음을 놓으니 편안해졌다는 이야기. 1. 회사에서 상당히 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내가 합류하기 전부터 바퀴는 굴러갔고, 이제는 똑바로 가건 쓰러져서 가건 가기는 가야 한다. 인생에 이렇게 큰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이게 과연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일할 때 앞날을 세세히 계획하고 미리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건 뭐, 앞이 깜깜하니 .. 2023. 7. 27.
2023.7.18. 양평 창고가 내게 미치는 영향 1. 운전이 조금씩 느는 걸 느낀다. 능숙해지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10년 차 장롱면허인 내게 운전은 진심으로 큰 도전이다. 도로에 바로 나가기에는 겁이 나서 실내 운전을 10시간 진행했다. 도로에 대한 겁을 낮춰준 점, 주차 연습을 무한정 해볼 수 있었던 점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 감을 익히는 데는 쓸모가 없더군.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는 세기에 대한 감을 전혀 잡을 수 없었던 점, 핸들을 세게 돌리는 습관이 들어버린 점, 복잡한 실제 도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부족했던 점은 몹시 아쉽다. 도로의 흐름을 읽거나 다른 차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은 나가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프로그래밍이 힘들어서 못 만든 거겠지). 운전연수를 하신 지 무려 30년이 넘었다는 아주머니 선생님과 함께 주말마다 서울 여기.. 2023. 7. 18.
2023.7.3. 나는 늙고 나는 젊다 나이가 든다. 노화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는 내가 아줌마가 되어간다고 느끼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몹시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 정신이 없다거나 예전보다 얕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생전 처음 듣는 사람처럼 갸우뚱하는 일이 생긴다. 말하고 싶은 영화의 제목이 ‘인사이드아웃’이라는 걸 한 시간이 넘게 생각해 내려 애쓴 건 놀랍지 않다. 놀라운 건 제목을 찾아본 후에도 ‘맞아!’ 하며 쾌재를 부르지 못했다는 거다. 회사 회의실 비밀번호-이자 사무실 번호이자 서고 번호-를 잊어서 동료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적도 있다(역시나 숫자를 듣고도 손뼉을 짝 치는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둘째, 남의 시선보다 내 편안함이 중요해졌다. 지하철에서 멀리 자리가 났는데 아무도 욕심.. 2023. 7. 3.
2023.6.23. 소소하게 흥미롭게 1. 지하철 4호선을 자주 타는 요즘,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한 열의 좌석수가 7개인 지하철도 있고 6개인 지하철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좌석이 천으로 된 지하철은 보이지 않는다(박수!). 당연히 모든 지하철이 좌석이 7개인 줄 알았는데, 어느 눈썰미 좋은 분이 6개인 경우도 있으니 살펴보라고 알려주었다. 문득 편안해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 깨달았다고. 이 말을 들은 후 3일간 좌석을 살폈는데 한 열차의 좌석이 6개였고, 그분 말대로 쾌적하니 기분이 좋더군. 문득 마주쳤을 때 행운이라 느낄 지점이 하나 더 생겼다. 둘째, 기관사님이 때때로 친절한 방송을 한다. 미리 멘트를 준비하시는 것일까? 방송을 하는 날이 정해져 있을까? 일에 찌들어 퇴근하던 어느 날,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서 선택을 .. 2023. 6. 23.
2023.6.20. 평온을 익히는 중 평온은 왔다가도 가고, 없다가도 생긴다. 어쩐지 마음이 안정적인 것은 주말 중 ‘평온을 비는 기도’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바꿀 수 없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생각한다. 원문은 포기하는 데 용기를 더하진 않았지만 나는 용기가 필요해서, 힘내서 편안해지는 법을 연습하는 중. 1. 넷플릭스에서 ‘나만 몰랐던 부자 되는 법’ 4편의 아매니와 맷 부부를 보는데 맷이 아매니를 보는 시선이 사랑 그 자체였다. 남자가 여자를 엄청 사랑하네. 여자도 알고 있네. 갈등이 있던 부부였기에 좋아진 모습이 내 마음까지 설레게 하더라. 남편이 아내를 사랑한다는 걸 익숙하고 쉽게 알아챈 이유는 하나다. 네가 종종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똑같았으니까. 이.. 2023. 6. 20.
2023.6.13. 체력, 효능감, 절제, 양질의 쾌락 1. '월간 백만'을 시작하자. : 맛있었던 음식, 재미있던 책/영상, 추천할만한 장소 등 매달 추천하고 싶은 꼭지를 자유롭게 선정하여 쓴다. 한 달을 리뷰하는 느낌으로, 매월 10일 이전에 전달의 내용에 대하여. '재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바가 이 기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내가 바라는 '평온하고 충만한 일상'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자. : 지금의 결론으로는 체력, 효능감, 절제, 양질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이 그에 걸맞다. 하지만 언제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아니라는 부정적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럼 대신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하여 생각해보자. 더불어 매일이 해야할 일만 많아서 답답하고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순간 이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내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 2023. 6. 13.
2023.6.9. 일상에 안착하기 1. 피곤함이 쌓이는 요즘. 견디다가 안심했다가 허둥지둥했다가 의미 없는 눈치를 본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을 허겁지겁 따라가는 기분이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간신히 쳐내고 나면 남은 체력이 없어 쉴 생각만 난다. 잠이 쏟아지고 일어나는 게 괴롭다. 매일 모르는 일과 맞닥뜨린다. 어떻게 해야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될 지 고민한다.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지만 자꾸 구멍이 난다. 어디까지가 나의 범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잘하고 싶은데 역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눈치를 보는 요즘, 빨리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데. 언제쯤 멋진 사회인이 될까. 2. 뮤지컬 ‘호프’를 보았다. 미발표 원고에 대한 소송 이야기라니 책을 좋아하는 내게 맞춤한 주제였다. 대학로에 2층 짜리 공.. 2023.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