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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80

2023.2.15. 정리해보니 꽤 괜찮은 시간 1. 나만 알더라도 충분히 좋은 순간이 있다. 요즘의 순간은 다음과 같다. 팽팽히 끼던 셔츠의 팔뚝 부분에 여유가 생겼을 때. 점을 빼느라 생겨난 작은 딱지가 자고 일어나니 떨어져 있을 때. 여차하면 비명이 나오려 했던 폼롤러 마사지였는데 좀 참더라도 두 다리를 한 번에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얼마만큼 부자가 되고 싶은지 몰랐던 시기를 지나 이 정도가 되면 멈추어야겠다는 판단이 들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침에 정리한 이부자리에 들어가니 필로우미스트 향이 폴폴 나서 포근하기 그지없을 때. 별 일이 아니고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생각도 없지만 떠올리면 흐뭇해서 웃음이 난다. 이런 순간이 모이면 살만하다고 느끼는 일상이 된다. 오늘 아침에는 며칠 만에 커피를 마셨다. 어찌나 맛있던지 순도 높은 만족.. 2023. 2. 15.
2023.2.10. 미루기 혹은 미루었던 일을 하기 1. 유튜브가 교착 상태에 있다. 대책없이 일상 브이로그를 찍다가 아이디어 고갈과 조회수 정체에 맞닥뜨렸다. 처음에는 시작한다는 사실만으로 설레서 아무 상관이 없었지. 몇 달 지나니 계속 이렇게 갈 순 없겠는데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만 멈추자기에는 영원히 종료시키자는 이야기로 들릴까봐 말을 꺼내기 어렵다. 판단을 미루고 일단 아무 영상이나 만들어 보는 중. 고민이 깊다. 2. 사소해서 외면했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 싶었던 것들을 뿌리 뽑기로 했다(오 관용구가 아니라 진실로 뿌리를 뽑는군). 밀려있던 일을 해치우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고 싶어서일까 가뿐해지고 싶어서일까. 아무려나 해야하니 상관은 없다. 얼굴의 점을 빼려고 피부과를 예약했다. 1월 말부터 마스크는 의무가 아닌 권고가 되.. 2023. 2. 10.
2023.1.31. 끌고 가는 사람이 좋아 설날 전부터 약 2주 정도 몸무게를 재지 않았다. 꽤나 편안하게 간식을 먹었지. 달리기를 했더니 의도치 않게 살이 빠져서 마음이 여유로웠던 탓이다. 느슨한 명절을 지나 무게를 재어보니 글쎄, 2kg이 쪘더라고. 딱 달리기가 줄여준 만큼의 무게였다.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진 않았지만 아쉬운 마음이 스며드는 건 사실이라 살이 정착하기 전에 얼른 빼내기로 했다. PT가 7시 반에 잡혀있는 월요일, 시간도 넉넉하고 다리도 말랑해서 딱 뛰기 좋았다. 몇 년 만에 마스크를 빼고 러닝머신을 뛰니 기분이 상큼했다. 마스크 없이 뛰는 건 이렇게나 좋은 일이었구나. 늘 1km 정도만 달리고 끝내는데 무리해서 1.5km를 달렸다. PT까지 하니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더라고. 급기야 발에 쥐가 나서 선생님이 풀어주기까지 한 성.. 2023. 1. 31.
2023.1.6. 그래서 이게 뭐 하는 건데 1월 2일 자로 발령이 났다. 2년이나 근무한 부서에서는 (지금 직급으로는) 더 배울 게 없어 보인 데다 잡음에도 지쳤다. 일이 많아지더라도 새로운 곳에 가고 싶었다. 지나가는 타 부서 실장님에게 말을 걸었고, 손을 잡아주셔서 겨우 빠져나갔는데. 일이 2배쯤 많아지는 건 각오했는데 4배쯤은 차마 예상치 못했더랬다. 인수인계도 못 받은 상황에서 첫날부터 해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다. 그 와중에 갑자기 사무실 배치를 바꾸래. 누가 무엇을 건드렸는지 인터넷도 전화도 끊기는 아수라장이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눈가가 촉촉하긴 했는데 이제 눈물이나 흘리고 있을 군번이 아니어서 열심히 적응하려 애썼다. 3일째에 겨우 숨이 쉬어졌다. 사업의 윤곽을 파악했고, 매일의 업무도 나름 정리해서 때로 망중한을 즐겼다.. 2023. 1. 6.
2022.12.8. 시간은 소중한 자원이라서 1. 이래도 저래도 시간은 간다. 시간보다 귀중한 자원은 없음을 너도 알면 좋으련만. 너를 독촉하는 게 내가 성급해서가 아니라 네가 느려서라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타협이 되지 않아서 마음이 버겁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2. 청약이 넣어보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1순위도 아니고 2순위 통장을 들고 있는 주제에 손품을 팔고 주변 공부를 했다. 주말에는 언니와 함께 임장도 가보기로 했지. 시세가 떨어진다거나 금리가 높다는 이야기와 상관없이 나는 그 동네에 실거주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안양천을 끼고 7호선을 가까이 둔 평지. 당장 집을 사서 값을 치르기보다는 분양권을 사고 천천히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좋기도 하고. 이러다가 마이너스피가 되면 피눈물을 흘릴까. 당장 계약을 못하더라도 마이너스피를.. 2022. 12. 8.
2022.11.20.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낫지 않고 맨 뒤로 밀려난 자리에서 신념 따위 버렸다면 좋았겠다고 점점 아둔해지는 나의 한계에 갖혀 옴짝달싹을 못하고 너에게 상처가 될 줄을 알면서도 참아왔던 말을 하고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고 그리고 네 안색을 살피고 무슨 생각을 할지 괴로워하고 너의 고통에 내가 한 줌을 더했다는게 참 싫어 상황이 싫고 네가 야속하고 내가 혐오스럽다 높아지는 안방의 언성에 쓸만한 남은 마음 조각이 없어서 귀를 막고 관심도 없는 노래를 듣는다 말소리만 들리지 않게 해준다면 무엇이 나와도 상관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를 응시해야 한다 좋은 말이 가면처럼 흘렀던 어제를 무시하고 최선을 다해 나를 외면한다 아무려나 시선을 빼앗는 시끄러운 영상을 보고 내가.. 2022. 11. 20.
2022.11.2.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미리보기 방지 1. 남자친구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다. 99% 되는 곳이라고 해서, 전임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해서, 함께 일하.. 2022. 11. 2.
2022.10.19.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아빠는 언니의 결혼식 축사로 행복을 말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행복. 그 무엇보다 자신들의 행복을 우선하고 살고, 힘겨울 때는 뒤에 부모가 있겠다고도 했다. 언니와 나는 이미 부지런히 행복을 위해 살고 있었으므로 그저 웃었다. 어쩌면 아빠는 스스로의 행복만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고백일지도 몰랐다. 알고 있었지만. 아빠는 연초에 사무실에서 물러났다. 둘레길을 좀 걷는가 싶더니 허리 수술을 했다. 회복을 하는가 싶더니 담낭염이 심하게 생겨 담낭을 떼어냈다. 몸 관리로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아빠가 지치는 만큼 엄마도 지쳤다. 엄마가 수발들기를 힘들어한다는 게 눈에 보였다. 아빠는 그게 마뜩잖았고, 자주 짜증을 냈다. 그 와중에 몸이 좀 회복되었으니 술을 마시겠다고 했다. 아빠의 회복에 기운을 쏟던 엄마는.. 2022. 10. 19.
2022.10.12. 나는 내 앞만 보고 가 1. 이번 주도 어김없이 둘레길을 다녀왔다. 한 주만에 쌀쌀함을 느끼는 날씨가 됐다. 어렸을 땐 가을이 세 달이라 배웠는데 이제는 3주도 채 가을이라 부르기 어렵다. 앞으로 서울둘레길을 일곱 번은 더 가야 하는데, 추우면 감기에 드는 게 걱정이다. 봉산과 앵봉산을 오르는 7-2코스는 오르락내리락이 심해서 심적으로 힘겨운 코스였다. 아차산보다 몇십 미터가 낮은 산인데도 반복되는 계단 덕에 훨씬 고생스럽게 느껴졌다. 이건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듯한데, 엄마와 남자친구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 반면 아빠와 나는 아차산이 낫다고 주장한다. 쉬기를 반복하며 짧은 구간을 올라가는 게 편한 사람과 한 번에 오르고 치워버리고 싶은 사람의 차이일까.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즐겨하는 게임이 새 시즌을 시작하는 날이어서 .. 2022. 10. 12.
2022.10.4. 3일 쉬면 정신이 몽롱한 직장인입니다 1. 서울둘레길을 돌면서 처음으로 작은 두 코스를 한 번에 걸었다. 2-1과 2-2를 한 번에 통과했는데, 가운데 도장이 산 중간에 있어 두 번에 나누어서 걷는 게 더 험난한 곳이었다. 하루 만에 도장을 세 개나 찍으려니 기분이 삼삼했다. 아차산은 처음 올라봤는데 산 위에서 보는 풍광이 아주 좋았다. 왼쪽은 광진구, 오른쪽은 구리시라는 표지판이 군데군데 있는 것도 재미있고 산을 내려오니 광진구가 아니라 중랑구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산을 생각하며 이런 말 잘 안 하긴 하는데, 아차산은 날씨 좋을 때 또 한 번 올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늘 산을 함께 오르는 남자친구는 나보다 폐활량이 좋고 군대에서 산을 많이 타서 등산 노하우가 많다. 오르막이고 내리막이고 나는 늘 남자친구를 허덕이며 따라간다. 남자친.. 2022. 10. 4.
2022.9.30. 그저 평화롭기만 바랄 뿐 1. 1600일이 다가왔다. 선물을 주고받으려던 건 아닌데 마침 서로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 주고받았다. 실용적인 너에게는 보조배터리를 사주었다. 나는? 당당하게 브레드 이발소 인형을 받았지. 인형도 좋지만 쓸모가 없으면 아무 물건도 사지 않는 네가 내 선택에는 반색하며 기꺼이 응답해주는 게 더 좋다. 빵 친구가 집으로 오기 전 오래전에 받았던 펭귄에 새 솜을 넣어 빵실빵실하게 부풀려 주었다. 배송된 새 인형을 보고 한껏 신난 내게 엄마와 언니는 빵 친구의 귀여운 점을 모르겠다며, 아마 남자친구도 모르면서 사주었을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렇게나 귀염성이 없나! 네가 전혀 티를 내지 않아서 몰랐는데. 오랫동안 진지한 이야기도 실없는 이야기도 잘 나눌 수 있는 네가 좋다. 여전히 아주 많이. 2. 이제 다시 .. 2022. 9. 30.
2022.9.22. 하늘은 가을가을 내일은 연차연차 1. 주말에 이케아를 다녀왔다. 고양 이케아는 몇 년 전에 다녀왔는데, 대중교통으로 점철되어 다녀왔던 그때와는 달리 택시를 탔더니만 왕복이 아주 수월했다(운전으로 인한 멀미는 논외로 하자). 이케아가 큰 건 알았지만 기억보다 두 배쯤 커서 중간에 식당을 배치한 이케아가 아주 영특하게 보이더군. 처음에는 구석구석 살펴보다 점점 겅중겅중 다녔다. 또 간다면 아예 중간부터 시작해야지. 필요한 가구가 있지는 않지만 관심은 많아서 온갖 1인용 암체어에 앉아보았다. 남색 에케뢰가 마음에 들어서 검색을 하다가 방에 마땅한 자리를 찾아보려 침대를 돌렸다. 침대가 무거운 건 차치하고 벽지가 드르륵 찢어져서 내 마음도 찢어졌다. 방이 좁아 보여서 다시 돌려야 할 것 같은 건 또 어떻고? 인테리어가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배.. 2022.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