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은 니체의 책을 먼저 읽고 읽으면 훨씬 좋으련만, 부끄럽지만 고전과는 담을 쌓고 사는 터라 니체의 책은 표지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책등을 통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정도의 제목만 알고 있을 뿐. '차라투스트라(투라?)'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하간, 니체도 모르면서 니체의 인간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 책, 처음에는 정말 별로였다. 논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약한 사람은 약한 상태에서 편히 살려고 착한 척을 하는 거라나?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일본 작가는 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나 싶고, 이런 책이 왜 일본에서 발간되다 못해 한국까지 넘어왔나 싶기도 했다. 이 논리에 다들 동의한단 말이야!? 어찌나 극단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던지 본래 책에 낙서를 절대 하지 않는 습관을 던져 버리고 책에 줄을 마구 긋기 시작했다(자조차 쓰지 않고 마구 삐뚤빼뚤하게, 화내는 이모티콘도 그려가며ㅋㅋ). 조목조목 반박해 주겠어! 반박이 끝나면 이 책과는 안녕을 하려고 했다. 진짜 재활용함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읽다보니 '약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정의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가 액면 그대로 글자만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함의를 많이 넣어 쓰고 있더라. 화가 난 부분에 줄을 치던 것이 어느새 이건 좀 좋은데, 싶은 부분에 표시를 하다가 '뭐하려고 쓸데없이 책에 낙서를 했나'하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아이, 두고 볼 책에 낙서를 하다니! 이거 새로 사야하나...
이 책에서 말하는 착한 척하는(착한 것을 방패로 삼는) 약한 사람이 바로 나인 것 같다. 착하고 약하다는 점을 빌미삼아 '그러니 나를 건드리지 마!'라고 외치고 있었다. '발전이고 뭐고 지금 너무 힘들단 말이야!'라고 말한 것도 사실이다. 작은 고비를 하나 넘어 이제 좀 느슨한 일상을 살까 싶었던 시점에 딱 읽기 좋았다. 이런 자기계발서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데, 간만에 맞춤으로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반박은 취소한다..ㅎㅎ...
나를 이렇게 간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이 책은 말은 쎄게 하는데 자세히 보면 매력이 쏟아지는 거친 남자같은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거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뜻을 담고 있더라도 거칠게 포장하면 반감을 사게되는 법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처음에 내가 '이렇게 무례하고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냐!'며 분노했던 것처럼 언짢은 기분을 느꼈을 누군가가 있었을 것 같다. 적당히 접어두고 넘어갈 수 도 있지만 그래도 좀, 순한 말로 해주면 안되는거야?
모든 논리에 100% 찬성하는 마음으로 두고두고 볼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씩 꺼내 읽으면 안일한 일상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채찍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힘들다'를 연발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면, 어쩌면 이 힘듦이 정말 힘든 것이 아니라 나태해진 모습을 스스로에게조차 변명하려고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물론 정말 힘든 사람이라면 화가 솟구치겠지만 말이야. 호불호가 갈릴 책이라고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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