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고 싶기도 하고 쓰지 않고 싶기도 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더 정확하게는 정말 오래간만에 노트북을 켰다. 전주에서는 노트북을 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다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다. 화요일까지만 출근하면 이제 전주에 가지 않아도 된다. 대단하다는 동기도 있고 연말에 인사이동을 내주면 가지 않을거냐 묻는 상사도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근성있는 애로 보일까, 아니면 우리 회사가 그래도 훨씬 나을텐데 하며 속으로 쯧쯧거리고 있을까.
원하던 곳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대학 도서관의 사서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대학 도서관의 사서가 된다. 2월이면 새로운 곳에 출근을 한다. 신난다. 신난다는 마음은 정말이지 부인할 수 없다. 스무살부터 차곡차곡 쌓아서 달려온 결과를 드디어 이뤄낸 셈이다. 이제 누군가 물으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지. 직업이 뭐예요? 네, 저는 사서예요.
발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료를 찾아주고 검색하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필요한 분야의 자료를 연구하고 새로 계약하고 예산을 따내는 일도 전부 좋아했다. 책을 관리하는 일도 몸이 조금 고되어서 그렇지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꼭 떠나고 싶었다.
내가 되고 싶은 롤모델이 하나도 없는 직장이었다. 사람들이 못나서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지. 앞으로 좋은 사서가 되려면 이런 점은 닮아야지, 이런 점은 닮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조차 없게 그냥 사서가 없었다. 혼자서 헤쳐나갈 수도 없었다. 언젠가는 민원대에 앉아야 했다. 커리어를 쌓을 방법이 전혀 없는 곳이었기에 내가 열심히 일구려던 것들을 버리고 나온다. 누군가 다시 가꿔줄까. 부러 상상하지는 않기로 한다.
서울에 온다는 생각을 하니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에 글을 쓰려는 마음이 들잖아. 매주 이 시간이면 다음주 일주일은 또 어떻게 전주를 견디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가뿐할 수가 없다. 새로운 곳이 천국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좀 더 돌볼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발전하고 싶은 방향을 좀 더 잘 잡을 수 있기를, 편안한 환경에서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그동안 수고했어. 앞으로도 무운을 빈다, 나 자신!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12.25. (0) | 2018.12.25 |
---|---|
2018.12.10. (0) | 2018.12.10 |
2017.6.30. (0) | 2017.07.02 |
2017.6.27. (0) | 2017.07.02 |
2017.3.19. (0) | 2017.03.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