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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7.6.30.

by 푸휴푸퓨 2017.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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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자리가 분주하다.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상을 돌린 모양이다. 소리가 너무 잘 들려오는데, 새로 오신 분도 며칠만 지나면 후회하지 않을까. 조용한 것이 좋다. 새로 온 분에게 낯선 경계심이 든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던 6개월 전과 많이 달라졌다. 왜 그런가 부러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는 아무와도 잘 지내려 시작할 마음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무와도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지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잘 지내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제출'버튼을 누르지 않아 원서조차 넣지 못했다고 생각한 곳에서 서류 합격 확인이 왔다. 지원 기간이 끝나서 작성 현황이 보이지 않았던 거구나, 하고 지나고 나서야 생각한다. 나의 바보같음을 자책하고 금방 그 곳을 잊었는데, 다시 시작이다. 다음주 화요일에 면접을 보러간다. 틀에 박힌 그 옷들은 안입을테다. 왜 이직을 원하느냐는 말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련다. 정말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면, 그땐 어떡하지? 김칫국 마시지 말자는 생각을 아무리 하려 해도 자꾸 떠날 생각만 한다. 그때 나는 왜 떠난다고 말해야 할까. 이쪽에도 저쪽에도 이유를 전하기가 어렵다. 그냥요. 젊은 애라 끈기가 없나봐요. 그럴 순 없겠지.


  끔찍한 기억을 주었던 곳에서 정규직 전환 조건을 내걸은 계약직을 모집한다. 그때는 끔찍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그렇다. 그래,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겠지. 서울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건전환임에도 기웃거려볼까 고민하는 내가 싫다. 그래서, 대체 언제부터 병원 행정부서에 관심이 있었는데? 앞날이 말도 안되게 흔들린다. 아니다. 내가 앞날을 말도 안되게 흔든다. 안정적이어도 싫고, 흔들려도 싫구나. 가능한 것만 꿈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그래. 다 꿈꾼다. 최고 이상향만을 바란다. 나머지는 만족하지 않을래요.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가 새로 산 짐들은 다 어떻게 하지. 책상은 언니를 줄 수 있겠지. 서랍까지 다 주어야 하나? 예쁜 내 행거는 어쩌지. 못난 행거는 어쩌지. 자전거는 어쩌지. 이런 저런 고민에도 불안함에도 일단 여기를 떠나고 싶은 나는 어쩌지. 왜 나는 가고 싶을까. 이렇게 편한데, 알 수 없다. 내가 꼭 나를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급히 마무리한다. 아무래도 나는 더 놀고 싶은가 보다. 철이 덜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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