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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4.16. 맞닥뜨리는 시간만을 쳐내며

by 푸휴푸퓨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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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멀리 도착점을 향하여

  아에이오우. 개관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적당히 대충 하고 싶다가도 지금만 참으면 될 것 같아서 입을 앙다문다. 어쩌다 보니 4월도 반이나 갔고, 매일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하루가 쌓여 결과가 된다. 도착점을 지나고 나면 세상 께름찍한 직원이 될 예정이다. “수동공격적 비효율주의자”. 회사에서 자아를 찾을 건 아니므로.

으이그 멋지다 이 웬수같은 건물아

 

2. 그 이름하야 스텐리 퀜처 프로투어 로즈쿼츠!

  텀블러가 사고 싶다. 처음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탐이 났는데 언니 내외가 비슷한 걸 쓰는 모습을 보니 더욱 결제하고 싶다. 마침 원하는 색상이 다른 색상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하다. 장바구니에 넣고 클릭 한 번만 남겨둔 뒤 고민을 한다. 사고 싶다.

 

영 OH 롱 OH 하 OH 다 OH ★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텀블러가 없어도 나의 일상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꾸 생각나는 이 갈망도 일주일이면 없어질 감정이다(더 길어질까). 텀블러가 집으로 배송이 되건 안 되건, 감정과는 상관없다. 텀블러를 많이 사면 일회용 종이컵보다 환경에 나쁘다고 했는데.

  기분이 나쁠 때마다 나를 위한 보상으로 텀블러를 사면 어떨까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텀블러를 한껏 끌어당겼다. 그깟 오만 원 없지도 않잖아! 월급날이 지나 용돈이 충전되면 사는 게 어떨지도 생각했다. 용돈 들어오자마자 오만 원을 써?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릿속 텀블러를 저 멀리 밀었다. 밀었다 당겼다, 근데 무슨 색이 예쁘지.

  텀블러 귀신이 붙었다. 지금 쓰는 텀블러에 뚜껑이 있으면 적당히 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버리기 왕인 내가 버렸나 보다. 이런이런, 이래갖곤 또 언제 책상에 왕창 물을 쏟을지 알 수 없잖아. 밀폐되는 텀블러가 너무 갖고 싶다. 그러면 배낭에 냉큼 넣을 수도 있다. 내가 사고 싶은 용량을 사면 무게가 1.5kg이 되는 건 잠깐 모른 척하기로 하고. 들고 다닐 건지 회사에 둘 건지 아 모르겠는데 그냥 갖고 싶다.

  그래서 곧 내 손엔 텀블러가 들어올까 아닐까. 나도 나의 마음을 지켜본다. 아주 비합리적인 충동이다. 나의 의지력은 얼마나 두터운가!

 

3. 추억 없는 스크루지 노인이 되긴 싫은데

  열심히 살 수도, 느슨하게 살 수도 있다. 오늘을 참으며 내일을 꿈꾸는 성격이다. 보상이 당장 오지 않아도 열심히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게 꼭 맞는 답인지 의문이 든다. 나는 오늘의 봄꽃을 즐기지 못한다. 오늘의 여행에 편히 돈을 쓰지 못한다. 모든 이유가 상관없는 신혼여행에서 신나게 놀고 나서야 끝까지 차오른 현재의 행복이 미뤄진 미래의 보상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의 항상성은 무서워서, 서울에 돌아온 나는 당장 5일 이상 여행을 갈 수 있는데도 섣불리 마음을 잡지 못한다. 그만한 돈이면 연말에 잔고를 정산하며 꽤나 뿌듯해할 저축액이니까.

  가을에 캐나다를 갈까, 일본을 갈까, 그냥 집에 있을까. 집에 있는 게 제일 별로인 선택지라 생각하면서도 훗날 과거의 내가 참은 덕에 노인인 내가 편안할까 봐 자꾸 눈길이 간다. 그렇게 살면 재미없어. 노인 되기 전에 죽을 수도 있어. 지금도 잘 챙기기로 다짐했으면서.

  고민을 위한 고민으로 혼자 고심한다. 나와 함께 갈 너는 어디든 가자면 같이 간단다. 집에 있는 것도 좋아라 한다. 아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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