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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2-11-1

by 푸휴푸퓨 201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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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에서 일분밖에 안지났으므로, 그냥 1일이라고 치고 써야겠다.

 

  나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어제도 별로였고, 아빠랑 이야기하고 나서부터 좋지 않았는데 아빠 탓은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을 하다 보니까 기분이 그렇다. 새로운 기분도 아니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매년 최소 한번씩은 이 생각에 우울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매년 최소 한 번씩 이 생각을 거쳐가야만 하는 걸까? 거쳐가는게 아니라 사실 계속 마음 속에 품고 있는데 가을 혹은 봄만 되면 계절의 도움으로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나는 왜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을까?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나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들으면 치를 떨면서 싫어하는 친구도 있고 허무주의적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저 말을 할 때의 나는 항상 진심이었는데, 지금 나는 내가 여한이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삶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데 저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후회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난 잘못살았나?

 

  공무원 시험을 치면, 그러면 만약에 운이 좋아서 어떻게 저떻게 시험공부를 길게길게했더니 합격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 다음은? 평생 공무원을 하면서 적당히 잘 살 만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사는 그 삶에서 나는 과연 행복할까? 내가 바라던 삶일까? 내가 바라던 삶이란게 있기는 있었나? 항상 내일 당장 죽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나한테 그런게 있어? 앞으로 나의 삶이 너무 뻔하다고 느껴질 때, 아마 나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는 것 같다.

 

  그래, 뻔하다. 내가 어제오늘 기분이 안좋았던건, 뻔한 내 삶이 싫은데 그걸 타개할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구나. 역시 글로 정리하면 뭔가 되는구나..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학연수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집을 떠나서 혼자 생활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은 내가 가고싶은 나라가 전혀 아니고, 교정기를 끼고 있는 상황에서 교정 기간을 늘리는 짓 따위 하고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남은건 뭔데? 공무원 시험 준비 뿐이잖아? 그런데 그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 그 다음의 나의 미래는 너무 뻔하고, 그래서 내가 우울했던 것이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게 정말 너무나 뻔한 내일을 만드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 딱히 하고싶은게 없는거면 공무원 준비해도 괜찮은거잖아!? 너 앉아있는거 잘하잖아!? 싶기도 하고, 그러려고 내가 악착같이 고등학생때 공부해서 여기까지 온거였나 싶기도 하고, 또 그까짓 대학 그정도는 사실 노력도 아닌거 알잖아, 그거 1학년 때 깨달은 거였는데 싶기도 하다. 

 

  당장 토요일에 다시 아빠와 이야기해야 한다. 그때까지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어디 물좋고 산좋은 곳으로 요양을 떠나고 싶다. 사실 나는, 쉬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말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거다. 아빠는 직장을 몇 십년을 다니고 있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언니랑 나에게 퍼부어주고 있다. 그러니까 결과를 기대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 이래서 사람들이 로또를 바라는 걸까? 쉬고 싶은데 쉴 수 없잖아.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사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한 학기동안 무엇을 해서든 돈을 벌어야 겠다. 머리 쓰는 일 말고 몸쓰는 일로 해봐야지. 그래야 아무 생각도 안하고 일할 수 있으니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냥 돈 받아서 갔다 오라는 아빠 말 들을껄 후회된다는 생각을 주구장창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 그리고 나서 여행을 가야겠다. 어디를 가야될까. 진심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한가?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은거지?

 

  치유받고 싶다. 자연 속에서. 마음이 너무, 각박하다. 힘들다. 메말랐다. 희망이 없다.

 

  그래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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