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포스팅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지난 12월에 혼자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오키나와의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은 절대 아니었지만 돌아다니기에는 날씨가 선선하니 썩 괜찮았다. 나하 시 외에는 이동이 어려울거라고 생각해서 알아본 것이 별로 없던지라 국제거리를 죽어라 돌아다녔는데 이제와서 보니 나는 저자의 헌책방 울랄라를 몇 번이나 지나쳤다.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저기 들어가서 뭐라도 뒤적여 볼 텐데, 외국에 가서 서점을 즐길 수 없다는 게 제일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을 보니까 앗, 거기였구나 싶었지.
오키나와의 독서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으면서도 부러웠다. 오키나와에서 생산된 책을 오키나와 현지인들이 그렇게 열심히 읽어준다니! 헌책방간의 끈끈한 교류도 좋고, 헌책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은 것도 좋고. 이미 일본의 독서 문화를 부러워했던 터라 오키나와 문화는 더더욱 부러웠다. 오키나와나 헌책방 중 하나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머리 비우고 쉬면서 가볍게 읽기에 딱 좋다. 아! 오키나와 여행갈 때 들고가서 비행기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네!
분명 같은 책인데 표지와 가격도 다르고 책 제목, 장정, 출판사까지 다른 경우가 있다.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편입되기 전, 그러니까 오키나와가 미국 지배하에 있을 때 만들어진 책 중에는 국내 서점에서 유통된 것을 알면서도 가격을 달러로 표시한 것도 있다. 다른 책에 같은 ISBN이 붙어 있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출판사에 문의했더니 좋아하는 숫라를 그냥 두 권에 붙여봤다고 한다. "그냥요, 그냥!" 참 편한 대답이다.(36p)
이렇게 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제가 한 일인데도 왜 그랬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뿐이어서 당황스럽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도 당연합니다. (중략) 왜 가게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언제까지 가게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과 사람들에 둘러싸인 이 생활을 사랑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는 내일도 문을 열 것입니다.(243p)
오키나와의 분위기와 저자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두 군데다.
p.s. 사서를 사랑하는 내가 이런 부분을 빼 놓을 순 없지!
서두에 오스트리아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 소개하는 도서관 사서 에피소드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한마디로 유능한 사서가 되는 비결은 자신이 관리하는 문헌에 대해 서명과 목차 이외에 절대 읽지 않는 것입니다.
"내용까지 파고들어가면 사서로서 실격입니다!" 그는 내게 그렇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런 인간은 절대로 전체를 내다볼 수 없습니다!"(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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