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컴퓨터로 블로그에 글을 쓰려 창을 켰다.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놓고 나면 내가 사랑하던 공간이 다 망쳐질 것 같았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다시 읽으며 곱씹는 것도 내 정신 건강에 그닥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참고 눌렀다. 나만 볼 이 공간에 조차도 쏟아내지 못하고 누르고 또 눌렀다.
차장이 태도가 변했다. 화가 났는지 심통이 났는지 풀이 죽었는지 마음이 불편한지 나는 모른다. 차갑고 쌀쌀맞은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 다음에는 너무 슬펐고, 지금은 나도 썩 따뜻하게 하는 것 같지 않다. 힘에 겹다. 나는 항상 나를 싫어하는 사람 옆에 있는 걸 힘겨워했지. 모두와 잘 지내는 착한 사람이 정말 착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고 바로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꿈꾸니까. 이런 상태 자체가 나를 너무나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힘든 거야. 사람이 한 순간에 태도를 바꾼다는게 너무 무섭고 슬퍼서 나는 적응을 할 수가 없다.
부장을 믿고 일을 진행시켰다가 된통 혼이 났다. 해결책은 아무도 마련해 주지 않는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부장을 믿을 수 없고 차장이 내 일을 진행시켜 줄 생각이 없다면 나는, 이제 나는 어디로 이야기해야 하는거지. 숨이 막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오전 시간이 지났다. 점심때에는 조용히 쉬고 싶었지만 다같이 점심을 먹어야 했다. 시간은 흐르니까 그래도 점심시간도 지나갔다. 시간이 멈추거나 되돌려지지 않아 야속할 때가 많지만 앞으로만 간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울 때가 있다. 빨리감기가 안된다는 단점이 여전히 있지만.
일에서 보람을 찾아야 버틸 수 있는데. 보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사람이 좋으니까, 잘 지내니까 그래도 한 줄기 빛은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쁜 일을 좋게 만드는 데는 정말 많은 공이 필요한데 좋은 일을 나쁘게 만드는 데는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 든다. 그렇게까지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나를 붙잡기가 어렵다.
한 사람이 일상에 이렇게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이번주는 이렇게 갔는데, 다음주는 또 어떻게 해야하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또 어떻게 버텨나갈지 겁이 난다. 언젠가는 괜찮아질지도 모르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도 모르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이 모든게 너무 무겁다. 참고 누르다가는 정말 다 짓눌려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한 번 써봤는데 크게 나아지는 건 없네. 그러네.
누군지 모르는 이가 쓴 걸 봤다. 자연스럽게 죽기를 바랐다고, 슬픔 속에서도 사는 것은 재미가 있어 아직 스스로 멈추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고나 병으로 어쩔 수 없이 죽게 되어도 덜 억울하겠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조용이 사라졌으면, 소멸해 버렸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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