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좀 낫다. 나은 기분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시작한 참이다. 너무 우울한 기억만 남겨두고 나면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숨도 못쉬고 살았을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죽고 싶지도 않아요, 라고 기록해 둔다. 물론, 살고 싶지도 않지만. 이렇게 밋밋한 기분이 있다니.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울고 있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찾아서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오로지 돈을 벌러 온 것뿐이라는 걸 제대로 정신차리고 인식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순수해서, 나는 아직 어려서, 그래도 사람들이 잘 해주는데 왜 사람을 좋아해선 안되는지 모르겠는데, 하는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도 생각했다. 잘난척 하지 말고 닥쳤어야지.
웃고 다니는 얼굴이 없어질까봐 걱정된다는 말, 항상 웃는 얼굴이라는 말 같은게 칭찬이 아니란 것도 알았다. 아직 겪어본게 없어서, 아는게 없어서 그럴 수 있는 거였으니까. 오래된 이들이 매사에 적당히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건데 내가 뭘 안다고 나대고 다녔나 싶다. 적당히, 튀지 않게, 참견도 하지 않게, 그리고 나에게 일도 오지 않게 가만히 있어야 해.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 날 좋아해줄 사람은 없고 나의 기대대로 움직여 줄 사람은 더더욱 없는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그래서 결국 일주일의 대부분을- 보내는 삶을 앞으로 왜 살아야 하는거지. 이렇게 살다가 어쩌다 결혼을 하면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다가, 어쩌다가 애를 낳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걔를 위해서 평생 희생하겠지. 그렇게 삶의 굴레가 계속 돌아가는 거구나. 그게 평범한 삶이고, 누군가가 얘기하는 행복한 삶이라면 나는 자신이 없는데. 하고 싶지도 않은데.
어떻게 하면 살고 싶어지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살까. 나는 왜 잘 못살까. 기분이 절망적이지도 않지만 즐겁지도 않다. 어떻게 사면 마구 살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를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열정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걸로 똘똘 뭉쳐있던 때도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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