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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6.9. 일상에 안착하기

by 푸휴푸퓨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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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곤함이 쌓이는 요즘. 견디다가 안심했다가 허둥지둥했다가 의미 없는 눈치를 본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을 허겁지겁 따라가는 기분이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간신히 쳐내고 나면 남은 체력이 없어 쉴 생각만 난다. 잠이 쏟아지고 일어나는 게 괴롭다.

  매일 모르는 일과 맞닥뜨린다. 어떻게 해야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될 지 고민한다.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지만 자꾸 구멍이 난다. 어디까지가 나의 범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잘하고 싶은데 역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눈치를 보는 요즘,  빨리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데. 언제쯤 멋진 사회인이 될까.

 

2.

  뮤지컬 ‘호프’를 보았다. 미발표 원고에 대한 소송 이야기라니 책을 좋아하는 내게 맞춤한 주제였다. 대학로에 2층 짜리 공연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지하에 숨어 있더라. 주중 저녁 늦게 공연을 보는 일이 가뿐하진 않지만 근무지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대형 극장이 아닌 공연장은 오랜만이야.

  나를 잃을 만큼 무언가에 집착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옆 자리 여성분이 거의 오열을 하는데도 나는 하품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고조되는 감정의 씬이 누군가에게는 중언부언한 도돌이표 이야기로 보이일 수 있더라. 다만 사는 게 두려워서 매달리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에 잠시 나를 투영하게 됐다. 집착하는 대상이 꼭 긍정적일 필요는 없잖아. 나는 요즘 고통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자꾸 찾아다니는 기분이다.

  공연을 본 뒤 남자친구와 소회를 이야기 하던 중 늙은 노인에게 평생 집착하던 대상을 치워버리면 오히려 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똑같이 생각한 걸 깨달았다. 너랑 나는 사고 회로가 참 비슷하지. 오래 집착하며 미치광이로 사는 게 나은지, 훌훌 털어버리고 얼른 세상을 떠나는 게 나은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뮤지컬의 결말이 마냥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산다는 건 뭘까.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삶을 던져도 될까. 뒷맛이 씁쓸한 공연이었다.

멀리서 호다닥 찍어본 캐스팅 보드

 

3.

  요 몇 주간 열심히 운전 연습을 한다. 진짜 차를 몰 용기는 부족해서 가상의 차를 몬다. 운전하는 지인들은 모두 실내 운전에 회의적이었지만 도로에 나가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두려운 사람도 있다고! 시뮬레이션의 세계에서도 직진을 못하던 초보운전러는 네 시간 만에 좌회전과 우회전, 유턴과 끼어들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사이사이 인도로 올라가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는 대담한 면모도 선보였다.)

  가상으로 운전 연습을 할 수 있다니 세상이 많이 발전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가 머지 않았어. 70살 정도가 되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다 멸망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의 나는 운전이 필요해서 애쓰는 중이다. 과연 경기도 어드메까지 혼자 운전할 날이 올까. 70살이 되기 전엔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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