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전이 조금씩 느는 걸 느낀다. 능숙해지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10년 차 장롱면허인 내게 운전은 진심으로 큰 도전이다. 도로에 바로 나가기에는 겁이 나서 실내 운전을 10시간 진행했다. 도로에 대한 겁을 낮춰준 점, 주차 연습을 무한정 해볼 수 있었던 점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 감을 익히는 데는 쓸모가 없더군.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는 세기에 대한 감을 전혀 잡을 수 없었던 점, 핸들을 세게 돌리는 습관이 들어버린 점, 복잡한 실제 도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부족했던 점은 몹시 아쉽다. 도로의 흐름을 읽거나 다른 차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은 나가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프로그래밍이 힘들어서 못 만든 거겠지).
운전연수를 하신 지 무려 30년이 넘었다는 아주머니 선생님과 함께 주말마다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앞차와의 간격을 좁히기 무서워했더니 온갖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든다(어서옵쇼!). 뭐든 내어주고 싶은 나와는 달리 끼어드는 차를 봐주다가는 오히려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고 일갈하는 선생님. 핸들은 손으로 살짝 밀라는데 어째서 나는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갈까. 옆 차선으로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일은 선생님이 계시지 않다면 도대체 될 것 같지 않다. 한없이 왼쪽으로 붙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또 어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조금씩 늘어간다는 게 느껴져서 웃음이 난다. 으덜덜덜 떨던 첫날, 엑셀을 누르는 감을 모르겠어서 으악 출발하던 둘째 날에 이어 어찌어찌 선생님의 핸들 잡는 손이 점점 옅어지는 셋째 날이 되었다. 피로해지기 시작하면서는 조금씩 엉망이 되었지만, 첫 1시간은 이럭저럭 괜찮았단 말이야.
9월에는 양평으로 홀로 운전해서 출장을 다녀야 한다. 다음 주말에도 이틀 내내 연수를 할 예정이다. 과연 9월에는 경기도 밖을 나가는 운전자가 될 수 있을까. 닥쳐서 배우기는 하지만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 굳이 당겨서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동료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일도 운전도 미리 걱정하지 않기. 당장의 성취에만 기뻐하기.
2.
갤럭시 탭을 구입했다. 갤럭시 탭이 사고 싶다는 뽐뿌가 여러 번 올라왔기에, 결국 구입하게 된 이 상황이 놀랍지는 않다. 누르고 눌렀던 욕구를 분출시킨 단초는 ‘양평 업무에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였는데, 진짜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닥쳐봐야 안다. 수월하게 일하기 위한 세팅을 맞춰야 한다고 (뻔뻔하게) 나 자신마저 설득시켰다.
태블릿을 사고 싶다고 주변인 세 명에게 말을 꺼냈는데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할 만한 소비인 건지, 간절해 보여서 다들 적당해 눈감아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리는 사람도 없는데 뭐!’라는 무대뽀 생각도 한 가지 동력이 되었다. 여러분, 고맙읍니다.
공적인 이유는 이만하고, 여러 번 욕구가 올라올 만큼 태블릿을 갖고 싶었던 사적인 이유는 나를 표현하고자 할 때 장벽이 낮아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켜지 않고 바로 글을 쓸 수 있다면, 낙서를 좋아하는 내가 자유롭게 무언가를 끼적일 수 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많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태블릿으로 여가 시간의 확장을 원하지는 않는다. 영상 재생 기계로 전락시키지 않겠다는 게 나의 진지한 결심이다(실제로 지키기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그럼에도 쓸모를 걱정하게 되는 건 창작 또한 쉽지 않아 보여 서다. 창작 문제에서의 요지는 “그게 무엇이든”이라 말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인데, 기계가 있건 없건 눈이 번쩍 뜨일 영감이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는다. 물론 손에 기계가 없었던 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다(알면서 외면했거나).
남자친구에게 블루투스 키보드도 빌려 두었으니(빌렸다고 쓰고 강탈했다고 읽는) 구입을 후회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힘내라 나 자신! 새로운 도구와 함께 멋지게 달려 나갈지어다!
덧1, 이것은 태블릿으로 초안을 쓴 첫 글이다. 묘하게 구어체의 말투를 쓰게 된다. 의식의 흐름대로 쉽게 쑥쑥 나와서 재미있긴 한데 군더더기가 많이 붙는다. 기계마다 글 쓸 때의 느낌이 다른 게 신기하다. 글이 술술 잘 뽑힌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군더더기가 붙는 건 퇴고에서 솎아내겠다(지금 이 글은 퇴고에서 많이 삭제시킨 후의 글이죠). 이만하면 구입하길 잘했네! 마음에 드네!
덧2, 구매가를 계산하면 아래 표와 같다. 카드 개설로 각을 재 보니 당근마켓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서 공식 홈페이지 구입을 결정했다. 14일에 구입했는데 16일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S7 FE를 품절로 돌려놓았더라. 26일에 S9 언팩 행사가 열려서겠지. 마지막 구입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항목 | 금액 |
정가 | 655,500 |
할인 쿠폰 | - 50,000 |
삼성카드 10% 할인 | - 60,500 |
삼성카드 발급 모니머니 이벤트 | - 140,000 |
삼성 id Simple 카드 연회비 | + 7,000 |
삼성 id Simple 카드 1% 적립 혜택 | - 5,445 |
합 계 | = 406,055 |
+ 삼성카드 추가 이벤트: 3만 원 추가 결제 시 1만 모니머니 지급 |
3.
대중교통으로 애를 써가며 양평에 다녀오던 길, 서울로 돌아오기 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양평역 주변을 검색했다. 어느 빵집에 ‘맛있고 가성비 좋고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후기가 있어 두근거리며 찾아갔다. 이름도 어쩌면 “미스터바게트”인지! 카야버터프레첼과 퀸아망 두 개만 먹었습니다만 충분히 알 수 있었죠. 비를 뚫고 갈 가치가 있는 맛맛맛집이라는 걸! 다음에는 하프 바게트를 사다가 샌드위치를 해 먹고 싶다. 양평역에 또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들르기로 다짐했다.
최근 읽은 어떤 글에서 ‘멋진 어른은 오랫동안 축적된 맛집을 어느 지역에서든 꺼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읽고 머리가 디잉 울렸다. 심하게 공감되지 뭐야. 진실로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에 맛집 목록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상적인 미래를 그릴 때 빽빽한 맛집 목록도 꼭 포함시켜야지.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8.6.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0) | 2023.08.07 |
---|---|
2023.7.27. 조바심을 내려놓기 (0) | 2023.07.27 |
2023.7.3. 나는 늙고 나는 젊다 (0) | 2023.07.03 |
2023.6.23. 소소하게 흥미롭게 (0) | 2023.06.23 |
2023.6.20. 평온을 익히는 중 (0) | 2023.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