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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우리네의 모습

by 푸휴푸퓨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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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동기와 이야기하다 급격히 얻은 깨달음. 큰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우리 회사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굴러간다. 

 

1.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내고 싶은 J성향의 누군가가 어떤 일을 미리 하자고 도모한다. 이때 일을 시작하면 멋진 마스터플랜을 세워 기준으로 삼은 뒤 여유 있는 업무 진행과 꼼꼼한 처리가 가능하다.

2. 관련 부서를 모아 힘겹게 회의를 소집한다. 소집된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고, 본인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 싶어 어리둥절하다. 최대한 몸을 사리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태세를 갖춘다. 모두가 책임과 의사결정을 미루며 결론 없는 회의를 한다.

3. 결론 없는 회의가 몇 차례 이어진다. 참석자는 점점 이걸 왜 하고 있는 지 의아하다. 의미 없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4. 일을 도모하려던 J성향의 누군가가 총괄을 포기한다. 자리를 떠난다. 일은 방치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꼭 해야하는 최소한의 것만 건드린다.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 없이 급한 부분이 때워진다.

5. 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한이 촉박한 순간, 다시 회의가 시작된다. 돌아보니 프로젝트는 여기저기 기운 것 같은 모양이다. 해결을 위한 시간도 없고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 일이 왜 이 지경이 되었냐며 누구의 책임인지 추궁한다.

6. 일의 진행이 너무나 급하고 업무가 많아서 모두가 괴롭다. 다급한 야근이 생긴다. 배는 산으로 간다. 실무자는 산으로 가는 배에 굳이 올라타야 하는 자신의 운을 한탄한다. 어쩌다가 이 시기에 이 자리에 오게 되었나 생각한다. 발령을 낸 회사를 미워한다.

7. 시간은 가고 어쨌거나 바퀴는 굴러간다. 무언가 되기는 된다. 완성되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자가 생긴다. 이미 담당자는 바뀌었고, 새로운 실무자는 구멍 난 완성품을 마주한다. 뾰족한 A/S 방법이 없다. 이 회사는 원래 이렇다고 포기한다.

 

  이러니 시스템은 오류가 나고, 건물은 물이 새고, 교통은 막히고, 불만은 폭주하고, 그런 것 아니겠나. 삐걱거리는 와중 어떻게든 시스템을 양 팔로 붙들고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 있다. 덕분에 조직이 굴러간다. 고마울 따름이다.

간격은 삐뚤해도 어쨌거나 벽인 건 맞으니 넘어가는 그런 것.. 그런 조직.. 그런 나라..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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