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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感 part.3 - 촉각

by 푸휴푸퓨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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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가 거칠어진다.

 

 

  유달리 부드러운 몸의 피부로 늘 칭찬을 받았다. 내 손이나 팔을 처음 만져본 사람은 어김없이 감탄을 한다. 내 팔을 잡으면 습관적으로 쓰다듬는 친구도 여럿이다. 막상 나는 다른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해주니까 잠깐 참는다.

  햇수로 7년째 만나는 남자친구는 살결이 몹시 부드럽다. 그래서 내 피부에 감흥이 없다. 너는 피부가 부드럽다 자랑하며 내어 놓은 팔에 자신이 더 부드러우니 비교해보라던 유일한 사람이다. 만져보니 나보다 부드러워서 놀라긴 했다. 뿌듯한 표정에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서도.

  내가 만져도 부드러웠던 내 팔이 어느 순간부터 예전같지 않았다. 예전에는 손이 스윽 미끌어졌다면 이제는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보기에는 비슷한데 뭐가 달라졌는지 모를 일. 남자친구에게 피부가 거칠어졌다고 칭얼댔다. 너는 내 피부가 어떤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변치 않았다고 말해주면 좋겠는 유일한 사람이다. 여전히 좋으니 걱정 말라는 답이 왔다. 기뻤다. 그치만 하얀 거짓말을 자꾸 시키면 미안하니까 한 번만 묻고 다시는 묻지 않았다.

  나는 거칠어졌는데 동년배인 남자친구의 피부는 여전히 곱다. 내가 그 손을 만지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얼마 전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습관적으로 너를 잡고 있었더니 다들 내가 남자친구의 말을 말리느라 잡은 줄로만 알았다. 늘 잡혀 있던 너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너는 다른 사람과의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매일 붙잡고 싶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싶었다.

  거칠거나 곱거나 관계 없이, 손에 닿는 사람이 따뜻하다 느껴지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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