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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나는 로엔그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왕자가 나 자신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주는 성배의 기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성을 짓기 시작했어요. 제 모든 걸 쏟아부었지요. 성의 이름은 '새로운 백조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노이슈반슈타인으로 지었어요. 성이 완성되기까지 17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왕실 재정도 악화됐어요. 이 점은 나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성을 보면 당신도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푸르게 물든 전원을 노니는 아름다운 백조 한 마리. 노이슈반슈타인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니까요. -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루트비히 모놀로그, 안정희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가까이 가서는 크.. 2016. 10. 18.
그냥 써보는 것 무서워서 나왔다 버스에서 내릴 때 송곳을 준비하고 버튼만 누르면 경찰서로 신고할 수 있는 핸드폰을 쥐고 주변을 살피고 건물로 뛰어들어가서 집 안 베란다까지 전부 확인하기 전에는 현관문을 닫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 더이상은 그 집에서 마트도 편의점도 갈 자신이 없어서 살고 싶어서 나왔다 그랬다고 화내는 집주인에게 구구절절 말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다가 써 본다 사는게 서럽다 비가 온다 전주에선 자주 그랬지만 또 좀 외롭다 오늘도 싫고 내일도 싫다 2016. 10. 16.
제목없음 오래간만에 일기를 쓴다. 아무것도 쓰고 싶지도, 읽고 싶지도 않았던 시간이 지나갔다.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다독였고 견뎌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어쨌든 그것들이 겨우 다 지나간 참이었다. 그런데 끝나갈 즈음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니까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낯선 사람이 따라왔다. 좀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점점 더 이상해졌다.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올라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을 켜지 않았다. 살그머니 창밖을 보니 따라와서는 집을 확인하고 있었다. 불을 켰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소름이 돋았다. 10분쯤 건물을 쳐다보던 그 사람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창밖을 살피는 나를 그 남자는 발견했을까. 예쁘게 생.. 2016.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