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35

五感 part.1 - 청각 이 글은 행복하지는 않지만 흐려지는 것이 아쉬운 기억에 대한 나의 인사다. Jeff Bernet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건 잠깐 내 마음에 들어왔던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이 흘리듯 건넨 추천에 나는 오로지 당신과의 교감점을 찾기 위해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음악은 귀에 이상하리만치 전혀 감기지 않았다. 오로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생을 하고 또 했지만 글쎄, 결국 당신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어울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진 당신에게 내가 Jeff Bernet의 노래를 들어보았다고 이야기 할 기회는 영영 없었다. 몇 달 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다녔다. 랜덤으로 재생되는 음악들은 그대로 내 뉴욕의 배경이 되었.. 2017. 3. 19.
2017.3.19. 어떤 내용도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조용한 일요일 낮이다. 처음 전주로 내려갔을 때만 해도 주말마다 약속이 흘러 넘쳤지만 지금은 아니다. 친한 지인이라 생각하면서도 약속을 먼저 잡지 않는 성격의 나인데 약속이 붐볐던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구태여 연락치 않으니 연락이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 인맥 관리라는 것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잠깐 들 때도 있다. 조용히 집에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어디를 가자며 채근하신다. 주로 등산까지는 아니지만 어쩐지 뒷동산이 연결된 느낌의 코스를 걸어야 하는 곳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편한 등산복을 갖춰 입고는 늘어진 나를 데려가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시지만, 미안해요. 나는 아직 등산이 좋은 나이는 아니예요. 그런 채근 때.. 2017. 3. 19.
2017.3.13. 오늘은 기분이 좀 낫다. 나은 기분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시작한 참이다. 너무 우울한 기억만 남겨두고 나면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숨도 못쉬고 살았을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죽고 싶지도 않아요, 라고 기록해 둔다. 물론, 살고 싶지도 않지만. 이렇게 밋밋한 기분이 있다니.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울고 있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찾아서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오로지 돈을 벌러 온 것뿐이라는 걸 제대로 정신차리고 인식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순수해서, 나는 아직 어려서, 그래도 사람들이 잘 해주는데 왜 사람을 좋아해선 안되는지 모르겠는데, 하는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도 생각했다. 잘난척 하지 말고 닥쳤어야지. 웃고 다니는 얼굴이.. 2017. 3. 13.
결심 이직을 해야겠다 꼭 사서가 아니어도 좋다 편안히 살 수 있는 곳이면 뭐해 심장 뛰는 일도 보람있는 일도 없어서 하루하루 내가 죽어가는 곳인데 그런 곳은 그만 찾아야겠다 떠나고 나서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 않을 것이다 혹여 하더라도, 그런 결정을 한 지금의 나를 이해할 것이다 이과를 갔더라면 더 편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문과를 선택한 고등학생의 나를 한없이 이해하는 것처럼 살자 좀 더 살려면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2017. 3. 11.
2017.3.9. 오래간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컴퓨터로 블로그에 글을 쓰려 창을 켰다.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놓고 나면 내가 사랑하던 공간이 다 망쳐질 것 같았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다시 읽으며 곱씹는 것도 내 정신 건강에 그닥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참고 눌렀다. 나만 볼 이 공간에 조차도 쏟아내지 못하고 누르고 또 눌렀다. 차장이 태도가 변했다. 화가 났는지 심통이 났는지 풀이 죽었는지 마음이 불편한지 나는 모른다. 차갑고 쌀쌀맞은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 다음에는 너무 슬펐고, 지금은 나도 썩 따뜻하게 하는 것 같지 않다. 힘에 겹다. 나는 항상 나를 싫어하는 사람 옆에 있는 걸 힘겨워했지. 모두와 잘 지내는 착한 사람이 정말 .. 2017.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