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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13.67 - 찬호께이

by 푸휴푸퓨 201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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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을 배경으로 한 소설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홍콩만이 아니라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중국 소설이 요즘 점점 떠오르고 있는 건 아는데 왠지 손이 안간다고나 할까.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는 것이 약소한 첫 번째 이유, 그리고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름이다. 몰입을 방해하는 이름.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 제일 어려운 것도 이름이다. 일본 문학은 그럭저럭 읽힌다. 영미문학도 솔직히 '알렉스' 이런 식으로 하면 자꾸 연예인이 떠오르지만 참으려고 노력한다. 여하튼 그래서! 중국 소설은! 이름 때문에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이 책도 솔직히 그렇다. 뤄 독찰과(독찰이란 단어를 어디서 들어봤겠냐구) 관전둬라니. 관전둬가 이름이라니...

 

  하지만 이런 시덥잔은 불만쯤은 순식간에 잠재울 수 있는 책이다. 제법 두툼하지만 읽는 사람 전부 단숨에 읽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빨리 다음 책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인물이 나와도 좋다. 그냥 빨리 읽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수준이다! 이야기는 베테랑 스승이 사경을 헤메는 상황에서 제자가 추리를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각각의 단편이지만 시간을 거슬러가며 이어지는 장편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베테랑 스승이 어떻게 국민을 사랑하는 애송이 경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끝난다. 둘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도 등장하지만 어쨌든, 스포일러는 자제해야지.

 

  소설이란 것이 읽다보면 주인공이 비록 가상의 인물일 망정 좋아하는 연예인마냥 어릴적도 궁금하고, 일상 모습도 궁금하고 한 법이다. 이 책은 시간순이 아니라 시간 역순으로 사건을 배치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애정을 가진 두 인물의 더 젊을 때의 모습, 더 젊을 때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다. 그런 장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추리소설인데, 작가의 총명한 구성 덕에 그 매력이 한층 더 올라간다.

 

  일본식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뭔가 좀 지치는 맛이 있어 요즘은 그 이야기들이 쫀득하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추리 소설을 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게 추리라는 장르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겠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어서 그랬던 거지. 반면 홍콩은 너무나 이국적으로 상상하게 되는거다. 주윤발이랑 장국영이 유명했다던 그 시대의 영화들에 나오는 거리를 상상하게 된다.

 

  새로운 나라의 책을 양껏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건 언제나 흥미로운 법. 처음에 유치하게 이름이 이상하다고 꿍얼댔던 내가 너무나 부끄러울 만큼,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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