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BOOK

[Book Review] 집 나온 책 - 서민, 책 여행자 - 김미라

by 푸휴푸퓨 2015. 11. 30.
728x90
반응형

 

 

 

  책에 관련한 책을 두 권 보았다. 아주 예전에 서재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고 쓴 적이 있다. 책을 좋아하니 책에 관한 책도 관심이 가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고르는지 궁금하다. 왜 책을 좋아하는 지도 궁금하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재미있는 법이니까.

 

  첫 번째 책은 기대가 컸다. 서민 교수가 나온 TV프로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페이스북에서 가끔 보이는 그에 관한 사진이나 글을 보면서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교수 중에 권위를 갖추려 하지 않고 편안히 말하려 하는 사람도 드물고, 기생충 학자라는 것도 왠지 재밌고 말이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책을 재기발랄하게 읽을 지 궁금했다. 반면 두 번째 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고 몇 페이지만을 훑어 보다가 집어든 책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여행자 운운하기 시작하면 책 내용이 좀 공상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만 흐르기 십상이다. 읽다보면 '혼자 뭐라고 하는 거니'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기만 바랬다.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두 번째 책이 훨씬 좋았다. 김미라 작가와 나는 살아온 흐름은 전혀 다르지만, 작가가 낭만적으로 기술해 놓은 장소에서 나는 아무런 영감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책과 책방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좋았다. 언어가 짧은 나는 다른 나라의 서점에 가면 나의 한계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갈까말까 망설이고, 도서관은 좀 많이 들러보고 싶어한다. 한국어 말고 다만 한 가지 언어라도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녀가 수집해 놓은 책에 관한 여러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고, 출판에 관련된 인물들, 서점들 이야기 모두 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좋은 휴식처이기도 하고 엄청난 집착의 대상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책을 사랑하는 천사부터 지독한 괴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껴안아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은 사뭇 기분이 흐뭇해지곤 한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라면, 나는, 모두가 책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아주 많이 기대한 첫 번째 책에서 실망을 느낀 것이 저자의 태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저자의 태도가 싫은 것은 아닌데 왠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한다? 싫지는 않은데 내 스타일은 아니다, 가 맞는 말이라고 하련다.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다보면 책과 관련이 있는 개인의 일상적 생각이나 과거의 경험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근데 그것이 나랑 좀 안맞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말이다. 이 책이 아무래도 따로 써 놓은 서평을 모으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책 이야기를 하다가 굉장히 빈번하게 나오는 정치 및 대통령 이야기가 껄끄러웠다. 다만 그 껄끄러운 이유가 그 내용이 내 사상과 너무 달라서!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 화가 나서! 가 아니라 너무 자주 반복하니까 한숨이 나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게 비단 정치 이야기는 아니어서 말이다. 한 번은 들을 법한 이야기도 10번 들으면 싫어지기 마련이다(책을 만들기 위해 완전 새로 쓴 수준인 글도 많다고 밝혀 놓았기에 더 힘들다. 좀 조절할 수 있었을텐데 그럴 마음이 없으셨던 거야!). 아마 이분의 실제 화법이 이런 식인 것이 아닐까? 여하튼 나에게 이 책은 한 번 읽어는 봤지만 마음에 남기거나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 교수의 책에서 내가 건진 것은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라고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책에 대한 소개와 알라딘의 블로그 베스트셀러였다. 글을 잘 쓰려면 1)있었다 와 같은 진행형 삭제 2)~수 있다 삭제 3)접속사 삭제 이 세 가지만 유념해도 글이 아주 좋아진다고 했지. 사실 지금 쓰면서 노력하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양질의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나니까, 나도 좋은 추천을 항상 바란다. 덕분에 좋은 소스를 얻었다. 이건 몹시 감사하다.

 

  실망과 황홀한 하루는 정말 한 끗 차이다. 책이 그렇게 무섭다니까.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