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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무료하다, 끈적인다, 잠이 오지 않는다

by 푸휴푸퓨 2016.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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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가 꼈다. 습도가 높다. 아주 더운 건 아닌데 되게 끈적인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습을 위해 에어컨을 켜고 싶은 날이다. 하루종일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무료하게 하루를 마감하긴 너무 아까워서 도서관에 가고 있다.

  무료함이 넘쳐 흘렀다. 무료한 날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나 무료하다니 숨이 막혔다. 내가 이제까지 무료하지 않게 해준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치솟았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인 줄 알았는데, 역시 삶의 동력은 고통이다. 오늘 앉았던 자리가 나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다시 원래의 내 자리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자리도 내게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더라.

  괴로워하는 나를 보고 한 언니가 자신의 원고를 내어주었다.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와서 보여준 것인지 그저 우연히 보여나 준 것인지 궁금하다. 전자였으면 좋겠다. 오만한가? 오후 시간에는 덕분에 타인의 일기를 샅샅이 읽으며 일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누구나 일상은 치열하다. 그 한 조각을 엿볼 기회를 얻어서 감사하다, 는 것이 내 감상평. 나의 일상을 통해 당신의 일상도 돌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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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다녀왔다. 책을 세 권밖에 빌릴 수 없어 아쉬웠다. 저녁을 먹었다. 많이 먹었는데 후식도 먹었다. 빨리 씻고 책보다 자면 딱 좋을 것을 일단 좀 자고 일어나야겠다며 누웠다. 후회할 것을 알았다. 자다 일어나서 씻고 난 지금, 역시나 몹시 후회한다. 배가 더부룩하다. 지금 잠들어야 하는데 눈이 동글동글 떠진다.

  언제부터 내 저녁 시간이 내일을 예고해 주는 말에 좌우되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많이 믿었다가 대충 읽었다가 하는데 일관적으로 읽기는 읽는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그것에 의하면 내일 내 기분은 오늘만큼이나 안좋을거란다. 무엇을 해도 크게 좋지 않은 날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일 딱히 좋을 일이 있을 건 없다. 그렇다면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게 낫겠어.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을 가거나, 불타는 금요일에 외로운 섬 하나가 될 계획을 세우자. 바닥을 치고 나면 올라올 힘이 생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흥미로운 일이라곤 1도 없을 뻔 한 날에, 자신의 과거를 내어준 이 덕분에 그래도 오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을 살아낸 것을 언젠가 긍정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는 웃으면서 그날 참 여유로웠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밤에 몇 가지를 바라면서 생각을 끝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무료하기를. 덜 끈적이기를. 행복하기를. 적어도 내가 나의 일상을 싫어하는 일만은 생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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