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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였다. 그때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 읽었다. 어휴, 정말 엿을 막 날리더라고! 나에게는 좀 버거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독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가 꽤나 인기 있는 작가이고 곧은 심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저 엿이나 먹으라는 책도 이해가 되고 관심이 좀 생겼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그의 정원 생활을 담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는 책을 읽었지. 너무 좋아!
‘사피엔스의 마음’을 읽은 후 역시나 독야청청, 차가운 얼음판이 쩍 갈라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감응했다. 그래서 또 눈여겨 봐두었던 그의 에세이 『취미 있는 인생』을 집어 들었는데, 역시나 그의 취미나 취향이 나와 꼭 맞지는 않아... 전부 다 읽기는 버거워 ‘매일의 즐거움’ 부분만 읽었다.
그래서, 오늘은 리뷰라기보다는 읽다가 내가 좋았던 부분만 몇 개 발췌해 둔다. 또 읽으러 들어오려고!
뛰어나게 대담하지도 못하고, 세상의 상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수치스러움에 옥죄여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존속시킬 수 있는 열쇠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만한 일이나 취미다.
마음 어딘가에서 골프를 멸시하고 있던 나였지만, 그 대회가 가까워 올 때마다 마음이 들썩이고, 위성 중계 영상을 볼 땐 카메라 앵글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 경기의 진행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철쭉을 더 차분히 보여줘라고 제멋대로 꽥꽥거리면서 말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우연에 의해 주어진 이 삶을 가벼이 여기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할 정도까지 중히 여길 것도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유연한 마음이 화창한 봄날 오후의 숲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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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일을 놀이 삼아 하는 사람이 제일이지”라고 말했다. 나라면 집필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놀이 삼아... 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우거지상으로 일하고, 즉시 그만두고 싶어지는 놀이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러자 그 지인이 또 말했다.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일당을 주고 눈 치우는 인부를 고용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모양이다. 식사 세 끼에 술을 더해 하루에 1만 엔 이상이 시세라나 뭐라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나한테 1만 엔을 주는 셈치고 눈 치우기를 하고 있다. 욕심에 눈이 멀어서인지 일이 척척 잘된다.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떤 스포츠보다도 격렬한 운동이니 몸을 위해 못할 것도 없다. 몸을 위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건강하면 의사에게 기댈 일이 없으니 결국 득을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발상이 너무 빈약해서 나 스스로도 혀를 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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