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은 책. 어디선가 소개를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막상 집어 들고는 무슨 말에 혹해서 읽고 싶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맥락이라는 키워드에 꽂혔을 테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이 아닌 ‘맥락’을 판다는 이야기는 이미 츠타야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열심히 강조한 이야기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표현했던 것도 같은데 그 이후로 무네아키가 쓴 모든 책과 츠타야 관련 서적, 잡지는 모두 챙겨보아서 책 자체에 새로운 내용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두드러지는 장점이 있는데, 바로 풍부한 사례가 그것이다. 어찌나 열심히 수집해 뒀는지 고마울 지경이다. 내가 스스로 그 모든 사례를 찾으려 했다면 정말이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을텐데, 타인의 노고를 쉽게 알맹이만 쏙쏙 빼먹는 느낌이라 진심으로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에 혹시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먼저 ‘지적자본론’을 읽고, (츠타야 외의)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는 용도로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무네아키가 제시한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어느새 주류가 되어버린 맥락 판매 행보를 보여주는 다양한 회사를 깔끔하게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맥락을 판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상품이 과잉인 시대에 상품의 본래 기능을 강조하는 것, 즉 필요를 소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중략) 지금 우리가 발견하거나 발명해야 할 것은 소비의 새로운 맥락이다.
하지만 변화의 한 축은 언제나 그 브랜드의 기원, 즉 오리진과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략) 이 브랜드가 축적해 온 본질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 이격이 느껴지면 기존 고객에게도 새로운 고객에게도 쉽게 환영받기 어렵다.
문화를 형성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굉장히 강력한 궁극의 차별점을 갖게 된다. 브랜드가 그들만의 문화로 자기다움을 말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의 브랜딩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브랜드가 성장한다는 것은,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갖춘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추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새로운 소비자들의 언어와 습관을 익혀라. 브랜드는 이제 고객의 희로애락을 교감하는 콘텐츠로서 연결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케터는 아니지만 도서관의 무언가를 홍보하고 널리 퍼뜨리고 싶은 내게 아주 큰 원칙을 보여주는 말. 눈앞의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기본에 충실하자!
그러다 마케터는 종종 오류에 빠진다. 조회 수, 도달률, 댓글과 좋아요와 같은 이른바 지표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당장 눈앞의 숫자를 올리기 위해 병맛을 가미해 콘텐츠를 망가뜨리거나, 즉각적 반응을 위한 콘텐츠에 몰두한다.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잃어버리는 것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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