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ETC

[Cafe Review] 공간 the space

by 푸휴푸퓨 2021. 8. 3.
728x90
반응형

  책읽아웃 제현주 작가 편을 듣다 김하나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좋아하지 않는 회사를 사랑해달라고 영혼을 소진하며 카피를 쓰던 때와는 달리, 책이 좋아서 열심히 책을 소개하는 지금은 다르다고. 맞다. 돈만을 위해 하는 일엔 영혼이 갈린다.

  본질에 자부심이 있는 이를 좋아한다. 원하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반짝인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나의 선택이 그랬기에 개인적인 선호가 그렇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작년 말 카페를 오픈한 작가의 글을 읽게 됐다. 초보 사장님이 뱃심 좋게 코로나 시국에 문을 연 모습이 멋져서, 부드럽고 또 치열하게 일궈나가는 작은 세상이 좋아서 계속 읽었다. 읽다 보니 맛있다고 늘 자랑하는 사장님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 카페지. 경기도 부천이란 정보 외에 이렇다 할 언급이 없어 부천 카페는 다 뒤져볼 요량으로 지도를 훑었다. 그러다 오래된 글의 축하 화분에 적힌 이름을 겨우 발견했다. 여차하면 두 잔도 마실 기분으로 집에서 지하철만 한 시간 타야 하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지하철 출구를 바로 앞에 있는 카페는 사진 그대로였다. 사장님이 올린 7월 일기와는 다르게 몇몇 손님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잘 되는 동네 카페인걸. 창밖이 보이는 좌석에 앉아 커피와 케이크를 시켰다. 사장님은 안 계시고 아르바이트생만 있네. 오래 앉아있을 요량이었던 터라 홈메이드 디저트가 있으면 먹고 싶었는데 다른 곳에서 주문한 듯한 케이크만 있어 아쉬웠다. 에그타르트 같은 거 구워주시면 향기도 좋고 좋을 텐데.

케이크가 엄청 진해서 반 개당 아아 한 잔이 필요합니다

  가만히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었다. 커피가 아주 인상 깊진 않았지만 동네 카페라고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나는 빔 벤더스의 사진집을 읽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다가(저마다의 사연을 상상하면 아주 재밌다), 아무 낙서나 끼적이다가.. 케이크와 커피 두 잔을 마시며 평화를 즐기려니 현대인의 풍류가 별 거 있나 싶었다. 옆의 여자분은 내가 오기 한참 전부터 와 계셨던 모양이었는데 중간에 브런치도 새로 시키시곤 오래 시간을 보냈다. 동네 아지트인가 보군. 잔잔한 카페에서 나는 몽상에 잠겨 '오늘의 이상한 일' 낙서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맞은편에 배우 오만석임이 분명한 남자가 내내 앉아있었다. 뭔가 알아본 듯한 나를 의식하는 모양이 더욱 그랬다. 어디를 가는 중이었을까.

  몇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그릇을 반납했다. 그제야 젊은 사장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내적 반가움을 느끼고 옆 가게인 추어탕집으로 갔다. 매일 솥을 닦고 일찌감치 끓여야 한다는 추어탕집은 휴무가 없는 곳이었지만 화요일은 쉰다는 말을 내걸었댔다. 용기 내서 들어간 식당엔 쪽파를 손질하는 직원들 외엔 아무도 없었는데, 또 화요일 휴무 글도 없어 단골의 성원에 힘입은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솥밥이 지어지길 기다리고 있으려니 단골인 듯한 할머니 세 분이 인사하며 들어오셨다. 그래도 손님이 오는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단골이라고 추어 만두를 주셨다. 사장님, 저도 만두 좋아하는데요 흑흑)

맛있어서 전부 싹싹 비웠다

  부천에서 무엇을 보고 싶었는지 내가 기대한 바를 잘 모르겠다. 발견한 것은 적당히 편안하지만 사장님의 자부심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게 편안했을 카페와, 먹어보면 진하게 맛있지만 용기 내어 문 열기 쉽지 않았을 추어탕 가게와,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칙칙폭폭 도서관 뭐 그런 것이었다. 나 같은 뜨내기손님보다는 매일 오는 단골이 훨씬 도움 되겠지. 사장님의 카페가 이러구러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도 덕분에 처음 부천 나들이를 했다. 자영업자 파이팅.

 

신중동역 7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편안히 시간 보낼 개인 카페를 찾고 있다면 추천!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