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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TC

[Exhibition Review]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by 푸휴푸퓨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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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 전시를 보았다. 보러 간 계기는 인스타였다. 짧은 릴스가 눈길을 끌었다. 머리를 갖고 싶은 지푸라기들의 몸부림이었는데, 몸을 높이 들면 머리가 멀어져서 결국 아무도 머리를 갖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현실이 의자 뺏기 놀이라고 생각해 슬펐던 적이 있는데 이 머리 갖기 싸움은 더 심했다. 의자는 여러 개지만 머리는 하나밖에 없으니까. 꼭 실물을 보고 싶어 미술관에 갔다. 회화 전시를 보러 갔던 적은 있어도 조각을 보러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전시는 대단히 좋았다. 모든 기계생명체(anima-machine)가 마음을 흔들었다. 정교한 기계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기계는 무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유기물인듯 마음에 파동을 줬다. 모든 게 작가의 계산일 텐데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저것들을 구상했을까 궁금했다. 예술은 이런 것인가 싶었다.

  처음 본 작품은 미리 보았던 ‘원탁’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는데, 높은 천장에 검은 새 세 마리가 함께 전시된 줄은 몰랐다. 새는 멀리서 애쓰는 지푸라기를 하찮게 보고 있는듯했다. 지푸라기가 지쳐 죽을 때를 기다리나 싶기도 하고, 싸움 따위는 하지 안하도 되는 상류층이 내려다보는 기분도 들고. 오디오 가이드는 원탁을 보기만 해서는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결국 움직임도 자의적인 게 아니라는 거네.

그런데 이 경쟁에서 진짜 숨겨진 면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이 원판을 기울이는 힘은 가운데 있는 구동부의 작용에서 나옵니다. 즉, 등허리가 고정된 채 원탁을 떠받치고 있는 지푸라기 몸체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고단한 움직임을 강요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 국립현대미술관 오디오가이드 #2 <원탁>, <검은 새> 中

 

원탁

 

  작품에 압도되어 머리가 구르고 몸이 굽는 힘겨운 모습을 지켜보는데 세상에, 갑자기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절대 안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원탁과 지푸라기의 움직임이 뚝 끊겼고 관람객은 모두 당황하며 움직이질 못했다. 이걸 올려줘야 하나? 만져도 되나? 잠시 후 어느 여성분이 용기 있게 머리를 주워 원탁 위에 던졌다. 힘이 좀 세었는지 공이 빠르게 굴러갔는데, 공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원탁의 기울기가 바뀌게 설계되어 있었나 보다. 지푸라기들이 미친 듯이 몸을 움직였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지? 머리가 없다고 움직임을 칼같이 멈추는 모습은 오싹하고 서늘했고, 머리가 왔다고 사정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지금 우리가 저렇게 살고 있나? 강요된 줄도 모르고 관절이 다 나가도록?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게 오히려 멋졌던 작품이었다.

 


 

  꽃같은 ‘하나’를 지나 ‘작은 방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움직임이 없을 때에도 작품은 멋졌다. 큰 공간에 방주가 있는데 두 선장이 서로 정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방주 앞에는 마치 배의 전조등인 듯한 ‘무한 공간’ 두 점이 있었고, 한쪽 벽에는 닻이, 한쪽 천장에는 천사상이 전시돼 있었다. 루브르의 니케처럼 배의 끄트머리에 달려있을 것만 같은 천사가 고개를 숙이고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배가 이미 갈 곳을 잃었다는 의미처럼 보였다. 문을 나가도 계속 문이 나오는 벽면의 영상을 같이 보니 더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작은 방주

  작은 방주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가 움직이는 건 미리 영상을 보았기에 알고 있었는데 소리도 함께 나오는 줄은 몰랐지. 크기와 소리에 압도되어 꼼짝 않고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종이로 만든 노가 움직이는 것뿐인데 나는 노를 움직이는 노예가 머리에 떠올랐다. 출항을 하고, 파도가 치고, 미친 듯이 노를 젓고,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고, 잔잔한 파도를 타고, 노가 제멋대로 섞여서 엉키고… 나는 언제까지고 선장은 못될 것 같아. 늘 노를 젓는 노예 중 하나일 것만 같아. 전시를 보러 왔는데 공연을 본 느낌이었다. 기계가 하는 공연을 보면서 감탄할 줄은 몰랐는데.

  돈이 많으면 큰 공간을 사서 이 방주를 사서 전시해두고 매일 보고 싶다는 생각, 또 돈이 많으면 이 방주가 지금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디를 향해서 무엇을 위해 가고 있지? 내가 가고 싶어서 가긴 하는 건가? 혼자 답도 없이 고심하면서 나오다가 ‘샤크라 램프’라고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기계 만트라를 보았다. 그냥 아름답기만 해도 괜찮은 것도 있는데, 난 꼭 어디를 가야 하는 사람이네.

 


 

URC-1, URC-2

  바깥으로 나오니 ‘URC-1’, ‘URC-2’가 전시되어 있었다.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두 작품이 별을 뜻한다는 설명에 와 그렇구나 싶었다. 전조등과 후미등이 천천히 반짝이다가 마구 반짝이기를 반복했다. URC는 별 이름을 짓듯 붙인 이름인데 U Ram Catalog란 뜻이라고. 자동차 부품을 보고 별을 떠올리는 사람은 뭘까? 대체 이 작가는 뭐고 이 작품들은 뭐길래 나를 이렇게 감탄하고 생각하게 할까 싶었다. 후에 찾아본 작가의 인터뷰에서 URC-1의 제작 과정이 짧게 설명되어 있었다.

  질문에서 언급한 <URC-1>을 예로 들면 아이디어 스케치는 정말 단순했다. 원형의 구조물을 그리고 거기에 눈의 형상을 가득 채웠다. ‘이것을 어떻게 만들까?’ 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거꾸로 가는 거다. 라이트를 하나하나 만들어 둥글게 뭉쳐 놓기 위해 우선 라이트를 모았따. 당시에 현대자동차에서 헤드라이트를 지원해 주었다. 자동차 약 120여 대의 램프, 개별 램프로는 약 230~240개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자동차의 라이트는 전기가 너무 많이 필요해 전시장에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합한 LED를 구해 교체했다. 약 10종류의 LED를 테스트해서 밝기를 결정하고 헤드라이트를 분해해 교체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복잡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불을 켜고 끄는 것을 제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개별 램프에 1~2개씩 들어있는 LED를 제어하기 위해 LED 제어 보드를 LED에 연결했다. 하나의 LED 제어 보드가 LED 하나를 켰다 껐다 하기 때문에 LED 수만큼의 LED 제어 보드를 연결해야 했다. 구의 형태라 한 곳에 몰아놓을 수 없어 내부 벽에 펼쳐서 붙였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대단해 보이고 많이 복잡해 보이는데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다 보면 완성되어 있다. 모든 작가가 그렇듯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다. 물론 나 역시 완성된 후에 ‘이게 이렇게까지 복잡한 거였구나’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직관적인 상상들이 최대치로 표현되기 위한 과정이 매우 길고 복잡한 것이고, 그 과정의 흔적들이 결과물에 축적되어 대단해 보이는 것 같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도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완성되었다. 나의 작업도 그와 같은 과정으로 얻어진다.

- Leepoetique 최우람 인터뷰 中, 2020. 12. 29.

 

  정교하고 이성적인 기계 작업과 예술을 동시에 떠올리는 사람은 대체 뭘까. 인스타그램에서 본 짧은 영상에 호기심이 생겨 쉬는 날 시간을 내었을 뿐인데 다른 세상으로 가서 질문을 잔뜩 보고 돌아왔다. 현대 미술을 보고 마음에 이만큼이나 파동이 인 건 처음이었다.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부피감이 있는 조각이라 더 생생했던 것도 같다. 현대 사회는 뭐고 나는 뭐고 기계는 뭐고 인간은 뭐지. 여러모로 질문이 많이 생겼던, 그래서 심각하게 좋았던 전시였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국립현대미술관

#1. 전시 인사말 + 전시소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전시를 찾아주신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www.mmca.go.kr

리포에틱(Leepoetique) 이문정 - 최우람 인터뷰

 

리포에틱

 

www.leepoetiq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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