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 시간도 여유 있게 도착하고 업무도 여유 있게 마무리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일상의 여유가 부족하면 시간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회사와 사생활 모두 두어 주 간 정신이 없었던 터라 지금 그 느낌에 시달린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정신을 차려봐야지. 일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쳐내는 기분이 들면 마음이 불편하다. 시간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싶다.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쉰다.
(중심)
일어나지 않은 일로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소모하는 건 낭비다. 업무를 하다 보면 이제는 회사에 익숙해진 30대의 회사원 1을 연기하는 기분이 든다. 연기건 진실이건 행동에 차이가 없으니 상관은 없다.
대신 일어나는 일은 잘 소화하고 싶다. 주말에 둘레길을 걸었는데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뿐하게 걸었다. 몸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친구들도 만났는데 한 친구가 불장난 같은 마음에 스스로 'ㅈ됐다'를 외치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의외로 30대가 20대보다 재미있는 면이 많다. 좋아하는 양말 가게에 가서 뽀얀 새 양말을 샀다. 나는 양말 구입을 좋아해서 마음 같아서는 열 켤레도 사고 싶었지만 꽉 찬 양말 서랍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런 데에는 마음을 많이 써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
(책)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었다. 최은영의 '밝은 밤'은 슬프지만 이 책은 밝다기에 골라본 책. 시선이 view가 아니라 사람의 이름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게 볼 듯 한데, 하와이 로케이션을 굳이 찍을 제작자는 없으려나 싶다.
오건영의 '부의 대이동'을 이제야 읽는다.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그제야 이전 책을 읽는 나. 금리와 환율에 대해 기초를 설명하는 첫 장(chapter)을 읽으며 이제 기초는 넘었구나 싶었다. 시대가 어떻든 기반 공부는 탄탄히 해 두는 게 좋다. 쓱싹 씹어먹어 버려야지.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 리더를 신청해볼까 싶다. 좀 멋쩍고 꾸준히 하기도 쉽지 않을듯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어 보인다. 블로그에 책에 대한 글을 쓴지도 꽤 되었는데, 요약 같은 글을 굳이 쓰고 싶지 않아서였다. 오디오북 리더라면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선별하기만 해도 되니까 문장 수집이라는 소소한 취미와 잘 붙지 않을까.
(생각)
다른 사람은 혼자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할까. 나는 평소에는 몰랐는데 운전하면 화내는 유형의 전형인 사람이다. 출근길에 내 앞을 막는 사람이 있으면 '이 XX 왜 이리로 와!'라는 식의 내적 고함을 친다. 그래 놓고 겉으로는 아이쿠 하며 길을 비킨다. 오늘도 곧 떠나려는 셔틀을 향해 뛰다가 내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향해 '아 XX 쫌 다 꺼지라고!!'를 마음으로 외쳤다. 너무나 괴팍하게 외쳐서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할까, 나처럼 못돼 먹은 사람이 많을까 부끄러웠던 아침. 가면을 두껍게 쓴 성격 파탄자는 애초에 마음으로 욕을 떠올리지 않는 평온함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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