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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by 푸휴푸퓨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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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선이 드물게 닿는 큰길의 모퉁이에서

눈이 초롱한 노인이

발을 대롱대롱

중요한 일인 양 매일 앉아 자리를 지킨다

 

왜 여기 계셔요

무슨 생각하셔요

아침마다 언제 오셔요

답할리 없는 무음의 질문을 번번이 마주치다

스르륵 지나가는 아침

 

고양이가 영역 지키듯

세상을 처음 보는 어린 눈으로

하염없이 무언가를 찾는 눈으로

 

공기가 달궈져 아침나절도 괴로울 무렵

신기루 사라지듯 사르륵 자취를 감춘 노인이

선선한 바람이 불 무렵 또, 모퉁이에서.

 

2.

너나없이 바쁜 퇴근길 모퉁이에서

하염없을 풍파에 절은 굴곡의 노인이

기어코 한편에 난전을 편다

 

마른미역이며 손질해 내는 푸성귀며

좋아 보이지도 싱싱해 보이지도 않은데

지나는 사람 눈길 하나 없는데

 

악착같이 자리를 꿰차고 초라함을 펼쳐두고

매서운 눈사위가 길을 가른다

 

시든 채소 몇 개에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에라도 하양 매달려야 속이 시원하겠나

 

화낼세라 오래 보지도 못하고 힐끔대는 시선이

어제가 오늘처럼 스르륵 지나는 저녁

그러고 보니 여기가 젊음의 거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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