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유난히 사무실이 지긋지긋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연원을 찾고자 생각을 꼬리 물고 늘어졌다. 일에 집중하지 않고 딴생각을 했다는 말이긴 한데, 집중할 만한 일이 있기는 했나. 어쨌거나 사무실에서 한 생각에 대한 짧은 요약.
1. 지루함은 평온함에 비뚤어진 시야를 갖다 대면 나타난다. 결국 스스로 고통의 안경을 집어 쓴 셈. 어리석은 마음인 줄 알면서도 계속 지겨워하는 게 중생의 한계다.
2. 지루함은 웃음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무실에서 계속 지루하다는 건 사무실에서 웃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 낮 시간에 다섯 번만 진심으로 웃음소리를 낼 수 있다면 사무실을 사랑하고도 남음이겠다.
3. 사무실에서 사람으로 웃을 일이 없으니 홀로 칙칙한 책상에서 어떻게 웃을지 궁리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숙제로 삼겠어. 이 숙제에 관한 생각이 떠오를 틈도 없이 일이 지겹지 않게 돌아가면 그 편도 낫겠고.
4. 정치는 세가 중요하다. 총기도 눈치도 세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몇 십 년 간 같은 사람을 봐야 하는 직장이라면 정치는 반드시 존재한다. 물론 이 직장은 권력욕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곳이니 관심이 없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권력을 원하는 이에게 정치는 필연적이다.
5. 공지사항으로 새 소식을 아는 사람은 힘을 얻을 수 없다. 공지가 언제 뜰 예정인지, 관계된 사람은 누구인지, 누구의 의견이 힘을 얻었고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들을 많이 그리고 빨리 알수록 이긴다. 어쩔 수 없이 관계가 중요하다. 사내 정치는 고고하거나 우아하지 않다. 혼자만 똑똑한 척하면 손발이 묶인다. 가짜라도 친하게 굴어야 말이 트이고 연이 생겨 이익을 얻는다. 세력은 정보가 되고 여론이 되고 실마리가 된다.
실무 능력을 겨뤄 경쟁하는 직장을 다녀보지 못해서 시간을 때우고 눈치를 보는 법만 늘었다. 입사 5년 차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미래의 내가 읽어보겠지. 더 언니가 된 나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2022년의 저는 힘과는 상관 없이 구석에 콕 박혀 책 수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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