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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6.10. 제법 즐거워용 좋아용

by 푸휴푸퓨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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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고3처럼 행복한 연휴를 보냈다. 만세!

 

1. 장난감을 샀어요

  오래간만에 나를 위해 필수품이 아닌 물건을 샀다. 여러 번 살까 말까 고민했던 이북리더기! 핸드폰 사이즈의 제품이 대유행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작은 책 만한 사이즈를 선호한다. 6인치나 7인치를 사야겠다 싶어 당근을 기웃거렸다. 이런 제품은 사고도 거의 안 쓰는 사람이 많아서, 굳이 새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새카맣게 기억나지 않는다. 읽었음을 알아도 다시 읽으면 처음인 듯 즐겁다. 그래서 자꾸 책을 구입하고 싶어졌다. 좋은 책이었던 건 아니까. 하지만 책을 많이 사 본 사람은 안다. 책은 책 자체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책이 점유한 공간의 가치, 부동산의 값이 비싸다. 책을 이고 지고 살고 싶지 않아.

  2014년에 영국에서 킨들을 사 영어책을 몇 권 읽었더랬다. 유럽 어드메 유스호스텔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는데 같이 기다리는 여학생이 킨들로 책을 읽었다. 지루했던 차에 그 모습이 참으로 쿨해 보였다. 젊은이는 질 수 없지. 바로 구입했고, 책을 조금 읽고, 한국에 돌아와 서랍에 모셔두었다가 당근 초기에 외국인에게 팔았다. 한국어 책이 있으면 계속 썼을 텐데. 그나저나 나는 왜 혼자 유스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있었지? 전혀 모르겠다.

  이후 첫 한국 제품으로 리디페이퍼를 썼다. 기계는 만족스러웠는데 루팅하지 않는 이상 리디 전자책만 읽을 수 있는 게 싫었다. 한계를 벗어나려 크레마를 샀다. 나름 괜찮은 버전이었는데 성능이 몇 년 전 구식 킨들만 못했다. 크게 실망해서 금방 팔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대충 밀리의 서재를 이용했다.

  그치만 지금이 몇 년이야. 이제는 킨들 정도를 살 수 있으리란 묵은 희망을 갖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거 흑백 킨들이 웬 말이오. 급기야 컬러 이북리더기도 있더라? 이북리더기로 유튜브 영상도 볼 수 있는 세상, 10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현실에 늙은이는 겸허해졌다. 최신품을 살 필요조차 없겠어.

  그리하여 어느 여성분이 곱게 모셔만 두었을 오닉스 Go 7을 구입했다는 이야기. 그시절 킨들을 떠올릴 필요가 없게 성능이 마음에 들고, 행복한 주말을 보냈고, 앞으로 전자책 구입을 종종 해보겠다는 이야기. 생필품이 아니라 취향품을 사서 오랜만에 많이 설레었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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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취향이 무더기처럼 쏟아져 나와

  취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는 내가 쓰는 기기로 나를 표현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배경화면.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이북리더기 잠금화면에 신경을 쓰기가 너무나 귀찮다. 여기까지 쓰고 핸드폰 배경화면을 떠올려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어이 화면을 켜 보았다. 아, 흰 장갑 낀 고양이로군(몹시 귀엽다).

  다꾸에 심취했던 10대의 나는 핸드폰 배경화면도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멋진 이미지 파일을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지금 10대였다면 마스킹테이프나 스티커를 직접 제작하겠다고 동분서주했을 것 같다(굿즈 제작이 이렇게나 쉬워진 세상이라니!). 하지만 30대 라스트 펭귄은… 새로 산 이북리더기 화면 설정이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았다. 어쩔 거야. 컴퓨터 배경화면을 바꾸지 않는 아저씨가 이해 가지 않는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냥 시계가 최고다. 깜짝 놀라게 고리타분하지만 실용적인.

  독립한 어른으로 살아내려면 취향을 온 몸으로 발산해야 한다. 너무 발산할 경로가 많아서 버겁기까지 하다. 삶을 위해 내리는 모든 선택이 취향이다. 소비하는 돈과 시간 모두 취향을 대표한다. 휴가는 어디로 가? 여가시간에는 뭘 해? 집 안을 둘러보면 온통 취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이건 이게 좋아서 샀고 저건 저게 좋아서 샀지. 이 친구는 여기에 이 각도로 있는 게 마음에 들어. 서랍 칸막이도 딱 맞는 걸 사야만 했다(네가 ‘굳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은 아주 나중에 들었지).

  커다란 백팩에 메쉬망 가득 인형을 넣은 학생을 본 적이 있다. 교복을 입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하루를 보내는 학생에겐 내보이고 싶은 취향의 여분이 아주 많겠지. 와글와글 비집고 나오는 그 친구의 자아가 웃음이 나오게 귀여웠다. 몇 년만 지나면 멋지게 확고한 어른이 되겠네.

 

3. 닭봉 vs 족발

  스쿼트를 하는데 무게가 45kg까지 떨어졌다. 80kg까지 올리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 절반이 내려오는 데는 딱 6개월이 걸렸다. 날도 따뜻하고, 아무래도 새벽 운동을 진짜로 해야겠다고, 겠다고, 겠다고…

  내 엉덩이와 허벅지를 보고 닭봉이라고 하는 너를 나는 족발이라고 부른다. 너는 네 손가락을 두 개씩 붙이고 족발당수라며 내 팔에 스윙을 날린다. 타이밍과 각도를 잘 맞춰 나도 두 손가락씩 붙이고 족발 하이파이브로 맞장구친다. 제법 신이 나는 뚱뚱 듀오의 티키타카다. 자꾸 당만 먹고 싶은 이 불합리한 육체여. 몸의 무게 말고 바벨의 무게를 늘리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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