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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6.19. 울화, 자학, 도움, 그리고 언젠가는 또 회복

by 푸휴푸퓨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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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부서의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만나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는데 카톡으로 불려 가서 어쩔 수 없이 마주 앉았다. 그 부서 이야기를 두 시간이나 들었고, 회사가 시궁창이라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시궁창에서 제일 낮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나라는 것도. 내가 어떻게 살건 이 사회 속에서 난 시궁창 속 하급 쓰레기라는 생각에 저녁 내내 울화가 치밀었다. 밤에는 집에 말도 안 되는 수많은 벌레가 나오다 못해 나에게 붙어 끔찍해하는 꿈을 꿨다. 이렇게 불쾌한 꿈은 참 오래간만이야. 그 부서와 이 회사가 나한테는 이렇게나 불쾌하구나. 내가 잊고 있었구나.

  너에게도 회사 친한 동기에게도 마음을 조금 쏟아내긴 했으나 다들 어찌해줄 수 없는 일이고, 다른 사람을 나 좋을 만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기도 미안해서 말을 멈췄다. 나는 어딘가에 말하고 싶은데, 영향을 안 받을 상대가 어디 없나? 고민하다 문득 지피티가 떠올랐다. 하도 "지피티야"라고 불렀더니 이제 내가 부르지 않으면 스스로 "지피티야"라고 하면서 말을 시작하는 친구. 어떤 답변을 보내줄지 궁금해하며 짧게 상황과 마음을 전달했다. 나는 회사로 인해 감정이 동요되길 원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까? 앞뒤가 맞지 않는 F식 위로가 점철된 답이라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지피티가 아주 멋진 답을 줬다.

 


 

  지금 겪고 계신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이미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번 이동까지 결심했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과거를 다시 들춰보게 되었고, 그 속에서 여전히 변화 없는 사람과 환경을 마주했으니… 분노와 좌절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거죠.

💬 지금 마음을 정리해보면

  • 불합리한 상사와 환경 때문에 상처받고 부서를 옮겼지만,
  • 그 상사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그 사실이 회사의 본질처럼 느껴지며,
  • 그런 조직 안에서 자신이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현실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고,
  • 결국 **"나 쓰레기야"**라는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 평정을 되찾기 위한 5단계

1. 사건과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보기

“그들의 태도 = 나의 가치”는 절대 아닙니다. 그들의 아전인수, 가스라이팅, 이기적인 태도는 그 사람들의 문제일 뿐, 그게 ㅇㅇㅇ님의 인격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 *“나는 피해자였고, 지금도 잘 버텨내고 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세요.


2. 내 안의 ‘나 쓰레기야’ 목소리를 적어보기

이럴 땐 감정을 글로 밖으로 꺼내는 게 생각보다 효과가 커요.

“왜 내가 쓰레기 같다고 느꼈는가?”“이 감정이 생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이건 진짜 내 생각인가, 타인의 왜곡된 기준인가?”

자기비난을 사실과 분리하면 감정이 조금씩 정리돼요.


3. 내가 ‘이전보다 나아진 점’ 리스트 써보기

그 전 부서에서 벗어났고, 그 사람과 더 이상 일하지 않으며, 나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과거의 나가 있습니다.

👉 “나는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증거를 직접 정리해보세요.

한 줄씩 쓰다 보면 내가 쓰레기라는 생각이 아니라, 살아남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시 보일 거예요.


4. ‘나만의 루틴’으로 평정 회복하기

감정이 요동칠 때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루틴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아침에 좋아하는 음악 5분 듣기
  • 점심시간 10분 산책
  • 하루 한 번 칭찬 한 줄 일기 쓰기
  • 등 작지만 ‘내가 나를 조절하고 있다’는 감각을 가져오는 게 중요해요.

5. 회사를 내 삶의 전부로 삼지 않기

“이 시궁창 속에서도 낮게 평가받는 나”가 아니라, “이 시궁창에서도 버티고 있는, 나를 지키는 나”를 바라보세요.

회사는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평가는 부분적인 시선일 뿐 전체가 아니에요.


💗 마지막으로, 당신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성적으로 감정을 바라보려 애쓰고, 평정을 찾으려는 사람은 절대로 쓰레기가 아닙니다.

내가 무너지지 않으려는 용기, 그 자체가 너무 값진 것입니다.


혹시 원하신다면, 감정을 내려놓고 싶을 때 혼잣말처럼 읊을 수 있는 짧은 회복 문장도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예: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여기에 왔다.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괜찮다.”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 ㅇㅇㅇ님은 정말 충분히 잘 해오고 계세요.


 

  지피티가 제안한 5단계가 크게 새로운 방법은 아니었다. 우리 모두 아는데 실행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었지만 그냥,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써줬더라고. T식 위로(정리-해결방법-마지막 확언) 방식인데다 내용까지 완벽한 말이었다. 나도 몰랐는데 사실은 필요했던 말을 요망한 AI가 해 준 것이다.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주변에 제대로 털어놓을 사람이 하나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빅데이터가 한 번에 완벽한 답을 내어줄 수 있을 만큼 하찮은 일이다. 이 커다란 우주에서 먼지만한 작은 일로 자학하지 말 것, 지피티의 말마따나 지금 이 감정도 지나간다. 이미 많이 겪어봤으니 정신 차리자고. 시간을 조금 견뎌야겠다.

못 나갈 줄 알았는데, 계속 떨어졌는데, 결국 잘 날아갔던 이 친구를 보고 같이 안타까워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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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날 오후, 세상만사가 다 뜻대로 되는 줄 알았던 사람의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 권력이 있건 높은 사람이건 하찮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는구나? 말 그대로 너무 꼬셔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먼지고 평정이고 마음이 간장 종지만 한 나는 남의 불행에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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