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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2

五感 part.2 - 시각 합정에서 출판 학교를 다니던 2016년, 상상마당에서 장 자크 쌍뻬의 원화전이 열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원화전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러 갈 수 있다니! 평일 오전에 느긋하게 보러 간 전시는 지금까지 본 전시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공간 전체를 혼자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쌍뻬의 그림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둥둥 유영하듯 구경을 했다. 도저히 그냥 나올 수 없었던 나는 어디에 붙여야 할지도 모른 채 A2 사이즈의 큰 포스터를 샀다. 쌍뻬 특유의 묘한 여유가 좋아서 산 그림이었다. 혹시나 구겨질까 하루종일 부둥켜안고 보호하며 집에 들고 갔지. 이 그림은 전주에서도 서울에서도 수많은 인테리어 소품 중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되었다. 벽 중앙에 붙이고 매일 쳐다봤는데, 그림에서는 언제나 여름밤의 냄.. 2021. 1. 18.
五感 part.1 - 청각 이 글은 행복하지는 않지만 흐려지는 것이 아쉬운 기억에 대한 나의 인사다. Jeff Bernet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건 잠깐 내 마음에 들어왔던 당신 때문이었다. 당신이 흘리듯 건넨 추천에 나는 오로지 당신과의 교감점을 찾기 위해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음악은 귀에 이상하리만치 전혀 감기지 않았다. 오로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생을 하고 또 했지만 글쎄, 결국 당신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어울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진 당신에게 내가 Jeff Bernet의 노래를 들어보았다고 이야기 할 기회는 영영 없었다. 몇 달 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다녔다. 랜덤으로 재생되는 음악들은 그대로 내 뉴욕의 배경이 되었.. 2017.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