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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ivew]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 파

by 푸휴푸퓨 201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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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요즘에는 이런 책도 나오네! 하며 도서관에서 꺼내 들은 책이다.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 책은 재밌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된건 오로지 에어컨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에어컨 바람을 잘 쬘 수 있는 직속 서가에 얘가 있어서... 지금처럼 살다가는 나도 부모님께 얹혀사는 장기 캥거루족이자 니트족이 될 것 같다는 위기감도 있고 해서 '얼만큼이나 뻔뻔하면 당당히 니트족이 될 수 있는건지.. ㅉㅉ' 하는 마음으로 빌려왔다. 당연히 이런 책은 일본에서 나왔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럼 그렇지 싶었다.

 

  읽고 나서도 저자가 한심하게 느껴졌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니트족으로 산다는 것이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삶에 대한 철학에 있어서는 나보다 이 저자가 훨씬 더 고수인 것도 알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니라는 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과도한 부정형이구만!). 실제로 이 분을 만나면 또 무어라 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책으로 보는 그는 멋지다.

 

  저자는 빈둥빈둥 살지만 당당하게 살 만한 자격도 충분히 있어보인다. 그의 빈둥거리는 생활은 주변의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혹시 부모님은 결혼을 기다리고 계시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스스로도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모든 사상을 박수치며 맞아맞아 할 만큼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과 삶을 인정할 마음은 있다. 특히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면 좋겠다는 점, 사회 안전망이 조금 더 확충되었으면 좋겠다는 점, 누군가의 처지는 그 사람의 노력과 환경의 영향이 섞인 결과라는 점, 우리가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삶의 과정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라는 점 등은 100% 동의하는 바이다. 삶에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을 거의 다 해봐서 죽어도 괜찮다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우울증에 걸려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런 생각이 차오른다. 희망 없는 사회의 젊은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걸 어쩌겠니!

 

  그러나 이 책의 모든 점에 동의하지는 않는 바이다. 모두가 일을 하며 살 필요는 없으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고 본인은 살아가겠다- 류의 주장은 나를 발끈하게 만든다. 세상 사람 모두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면 필시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다. 게다가 나는 '지금 당장의 나도 간신히 끌고가고 있으니 30년 후의 나를 위해 대비하며 지금을 보낼 순 없다. 그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누군가라도 도와줄 지도 모르고, 아니면 죽을 수도 있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때는 어떻게든 되겠지"와 같은 생각이라니 초조하다! 정확하게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며 손가락질 받을까봐 두렵다.

 

  저자는 나름 돈을 벌 궁리를 해서 본인이 먹고 살 만큼의 돈도 벌고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충분한 교류도 한다. 프리랜서와 비슷한 것도 같고, 프리랜서가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니트족이 되는 거니까. 프리랜서라 할 만큼 일을 열심히 하지는 않는 면모와 오직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돈을 벌어낸다는 점이 차이로 보인다. 본인도 이제 순종 니트족은 아닌 것 같다고 했지. 자신의 생에 책임을 지기만 한다면 이런 삶도 살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저자는 묘하게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대놓고 긍정형은 아니다). 그래서 또 잘 사는 건지도.

 

  그래서! 처음에 얼마나 한심하면서 좀 웃긴 얘기이려나 하고 빌렸던 이 책은 볼수록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줌과 동시에 사회와 구성원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트이게 했다. 제목이 되게 저자랑 잘 맞기는 한데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나처럼 제목만 보고 내용을 무시할까 걱정도 된다. 그만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거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각의 이야기는 참 흥미롭다. 모두 잘 지내며 화목하게 살아요!

 

  p.s 그나저나 이런 류의 책에 대한 생각. 사회적 통념으로 보기에 좀 특이하게 산다 싶은 사람들의 책이 왕왕 보이는데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특이한 삶의 방식' 기저에 깔린 '저자가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 보인다. 그럼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삶의 방식 자체 보다는 저 통념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따라 해당 책에 공감(동의는 안해도 인정은 되는?) 여부를 결정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과 좀 비슷한 일본인의 책을 보면 대부분 일정 정도 공감하며 읽어나가는데 서양인의 책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렇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말이야.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문화와 삶의 환경은 나의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나 보다. 문화권을 벗어나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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