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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봉고차 월든 /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by 푸휴푸퓨 201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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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가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는 스타일로, 다년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나는 매일 이것저것 조금씩 사들이는 양과 참다가 한 번에 폭발해서 사들이는 양이 결국 한 달 단위로 보면 비슷하다. 참아도 폭발해도 따지고 보면 큰 의미가 없다. 딱 한 달 안에 쓸 수 있는 돈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충동이 오더라고. 다행히 파산하지는 않겠다.

  봉고차 월든은 그냥저냥한 대학(그것도 인문계!)을 나오느라 거금의 학자금 대출을 안게 된 저자가 어떻게 빚을 갚아 나가고 급기야 봉고차에 살며 대학원을 다니는지에 대한 경험담이다. 학자금 대출은 없지만 삼포세대의 확고한 일원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요즘, 봉고차에서 산다는 그의 극단적인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아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뭐랄까, 집에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느꼈던 애매한 답답함이 이 책을 읽으면서 풀렸다고 해야 하나. 지구 반대편의 젊은이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저자의 부모님이 저자를 사랑하지만 선택은 이해할 수는 없듯이, 나의 부모님도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을 이해할 수는 없을 테다. 성장하지 않는 경제 환경이 당연하다며 자란 세대와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 산다'고 생각하는 세대는 같을 수 없지.

  저자는 봉고차에서도 사람은 살 수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질 이상을 감당하느라 인생을 허비한다, 사회가 소수의 누군가를 배불리기 위해 우리에게 강요하는 틀을 벗어나서 진정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류의 주장을 한다. 주장의 기본 골조는 동의하지만 '사람은 봉고차 정도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에는 의문이 들었다. 봉고차 생활을 하면서 소비를 줄이겠다고 은둔자처럼 고립되는 삶이 몹시 못마땅했다. 돈이 아쉬워 음식도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일상,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다니는 대학원, 그 환경을 묵묵히 견뎌내며 보내는 고독한 봉고차 안에서의 숱한 밤들...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필연적으로 돈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 정도는 쓰고 살아도 되지 않나 싶다. 이건 사치가 아니다.

  두 번째 책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는 지금 도시는 넘쳐나는 물자에 파묻혀 있고 그 물자를 수집하는 일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 사회에서 소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돌아보게 했다. 길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한층 더 높아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물론 술을 마신다거나, 위협적으로 돌아다니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쓰레기 줍기 자체만은 괜찮다고 본다).

  두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렇다면 한 사람에게 얼만큼의 소비가 적정하단 말인가?'를 생각해 봤다. 아무 생각 없는 학자금 대출,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집, 길에 수없이 나오는 물건 모두 내게는 같은 맥락으로 느껴졌다. 각자 가치관이 다르니 소비하는 양도 다를 수밖에 없어서 특정한 양이 모두에게 옳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가치관을 먼저 생각하자면 소비도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다른게 옳잖아? 다만 그러면 지구도 아프고 소비한 나도 괴로워지는게 문제다. 결국 스스로 소비를 자각하고 있고 신념을 가지고 소비한다면 소비의 양은 각자 원하는 만큼이 옳고 아무 생각이 없다면 좀 심하게 자제해 보자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 점심시간에 무심코 버려지는 종이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물건을 사고 소비한다는 건 언젠가 쓰레기가 생겨남을 의미한다. 화려한 물건을 볼 때 그 점을 꼭 기억하자고 마음 먹게 하는 두 책이었다. 사회를 위해서든, 환경을 위해서든, 나의 경제 상황을 위해서든.

  p.s 정말 읽을만한 두 권이었는데 내 리뷰가 아주 마음에 안든다. 한 번 글이 마음에 안들게 풀리면 방향을 바꾸기가 어려워서 결국 산으로 간다. 혹시나 이 책들에 관심이 생겨서 제 리뷰를 읽은 분이 있다면, 책은 리뷰에 나온 이야기보다 훨씬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리뷰따위 제껴 버리세요! 책 한 번 읽어보세요! (호객꾼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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