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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여행가이드북 거꾸로 읽기 - 뱅상 누아유

by 푸휴푸퓨 201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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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이런 책을 만나면 흥분된다. 재미있어서 책 넘어가는게 아까운 책, 근데 빨리 읽고 싶은 책! 이런 책을 왜 이제 알았나 싶기도 하고,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책을 다시는 새로운 책으로 볼 수 없다니 아쉽기도 하고ㅠㅠ. 이 책 안 읽은 눈 삽니다!!! 여행가이드북을 점점 멀리하고 싶어하던 나에게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만세!

 

  서양식 위트에 익숙해 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으려다가 그분의 코드와 도대체 맞지가 않아서 포기하기를 여러번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영국에 가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TV나 책을 한참 본 후에야(나에게 한글로 된 책을 달라) 그 웃음코드에 공감하게 되었다. 역시 유머는 반복이라고, 익숙해지면 또 웃기다니까. 이 책도 아마 출간 직후에 보았더라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좋아하니까! 여행 가이드북 작가의 애환과 일하는 방식을 특유의 비꼬는 방식으로 말해 준 이 책은 여행가이드북 독자로써 느꼈던 여러 불만 사항이나 여행가이드북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잘 풀어 주었다. 한 번도 가이드북 작가가 그 모든 숙소와 맛집에 다 가 보았을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작가의 상투적인 묘사에 처음에는 속아서 전부 찾아 다니다가, 진절머리가 났다가, 여행가이드북에 없는 장소에 가고싶다는 열망을 가지는 과정을 거친 나로써는 나쁜 이야기를 쓸 수 없는 작가의 마음, 그래서 행간을 읽도록 함정을 파놓는 기술들을 보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작에 알아 볼 것을!

 

  나라마다 가이드북의 내용이나 정리 방식이 좀 다르다는 것을 영국의 가이드북을 보고 알았다(다른 나라 가이드북은 말 때문에 못 읽겠지...). 한국인이 유럽 여행을 떠나면 가게 안에 정작 유럽인은 하나도 없이 온통 한국인만 있다거나, 한국인이랑 일본인이 있다거나, 한국인이랑 일본인이랑 중국인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 똑같은 가이드북이나 같은 까페에서 검색하고 오기에 벌어지는 참극이겠다. 어느날에는 분명 어딘가에는 영국인만 모이고 프랑스인만 모여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한국인만 이럴 리 없어..

 

  그래서 점점 더 가이드북에 있는 가게를 멀리하게 되었다. 맛집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면 분명 한국인이 바글거릴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올라오는 집들에 대한 신뢰도도 없었다. '맛집'이라는 단어는 분명히 맛있는 집이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내가 다녀온 외국의 음식점은 무조건 맛집!이 된 것 같은 기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분명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 명소를 다 둘러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점차 벗어나고 느리게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서 그게 더 즐거운 여행이란 걸 알았기에 이젠 그쪽을 좀 더 좋아한다.

 

  여행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코스가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코스가 되기도 한다. 그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하는게 여행가이드북 작가의 숙명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왜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가이드북이니까 당연히 나를 만족시켜야한다는 마음을 너무나 당연히 여겼지.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고, 가이드북 쓰겠다고 몇주를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곳만 "혼자" 찾아가야 하는 가이드북 작가들의 고충도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수 밖에. 쉬운 자리가 없구만!

 

  p.s 그나저나 겁나 고민되는게...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해야 하는거야 '여행가이드북'이라고 해야 하는거야.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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