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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 류동민, 주상영

by 푸휴푸퓨 2015.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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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제목만 보고도 '이걸 내가 잘 읽으려나' 싶었던 이 책과 교양의 탄생 사이에서 나는 한 달 동안 정말 피가 말랐다. 이 책도, 저 책도 너무 어렵잖아! 두 권의 리뷰를 같이 써 내는 것도 두 권을 번갈아가며 읽으며(라고 쓰고 절망하며라 읽는다) 독서를 빙자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도 경제를 배우지 않은 나, 이 책을 리뷰할 자격이나 있나요?

 

 사회학 서적을 읽으며 '사회학자는 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쓴 적이 있다. 사회학자는 모름지기 그래야지! 하고 생각하며 리뷰에도 쓴 적이 있지만 이것은 비단 사회학자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유홍준 선생님이 학자의 소명을 말하실 때에도 그렇고 학자는 사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결국 학자의 사회적 의무는 고고하게 방에 앉아 글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쌓은 지식을 통해 사회를 짚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런 시각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조앤 로빈슨의 말은 경제학 멍청이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심어주었다.

 

경제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가장 대답을 필요로 하는 물음들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는 것, 바로 경제이론의 명백한 파산이다.

 

  내가 항상 궁금했던 것, 맨큐의 경제학을 들고 다니는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는 동기들은 왜 돈을 잘 버는 방법을 배워오지 못할까? 나에게 경제는 곧 돈이고, 경제학이라 함은 결국 돈의 공부여서 맨큐의 경제학 안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나, 하다못해 돈을 많이 번 이들이 사용한 원리라도 들어있는 줄 알았다. 모든 기업에서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찾고 있는 걸 보면 역시 경제학과는 돈, 돈 버는 기업, 돈 벌게 해주는 이상적인 정부를 배우는 게 아닐까. 경제학에 가지고 있던 큰 의문을, 저 한마디가 정확이 풀어주었다. 경제학이 파산했기에 경제학도들도 아무것도 배워오질 못하는구나.

 

  경제라고는 발톱의 때만큼 아는 정도이지만 사실 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별 근거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사실은 그의 엄~청 두꺼운 책에 짧게 소개될 뿐이며 그 책을 전부 읽고 나면 그 단어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고,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했던 인물들에 의해 강조되었을 뿐이라는 말을 읽고 나서다(그 책이 거짓말을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지만은). 분명 사회의 돌아가는 판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지기는 한데, 이놈의 경제라는 분야에서는 이것이 마치 정상인 체 하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금리가 올라가고 인플레가 나타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게 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거예요~ 하는 인과관계 공식으로 설명이 된다면 왜 나는 이 사회의 돈이 이렇게 불합리하게만 느껴진단 말인가.

 

  경제학자라 말하는 사람들이 성장 담론에 의문을 제기해 준 점,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점, 분배에 드디어 관심을 가져준 점에 감사할 지경이라 나는 이 책을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다. 경제학은 1도 모르는 나라서 솔직히 이 책이 잘 쓰인건지 믿을만 한건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책을 쓰려는 시도를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웁다.

 

  이 책은 솔직히, 정말로 경제학에 대해서 좀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본다. 나같은 멍청이는 안돼. 경제학의 설명이  as if를 바탕으로 현실과 먼 현실을 바탕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기에 불합리하다고 하면 '아... 경제학이 그랬구나...'하는 나는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영국의 꽤나 좋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경제학을 배워가면서 점점 기업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고, 효율성을 따지고, 경제가 얼마나 합리적인지에 대해 말하던 너에게 나는 이 책을 주고 싶다. 내가 본능적으로는 느껴내지만 학문적으로는 짚어내지 못했던 너의 완벽한 경제학의 세계가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의 균열이나마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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