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도 아니고 믿는게 비합리적인 것도 아는데 요즈음 자꾸 믿는 것이 있다. 지인짜 웃기는건데, 별자리 운세를 믿는다. 아무 일도 없는 날에는 감흥이 없는데 중요한 일이 있는 날에는 긴장하고 확인하게 된다. 처음에는 장난이었던 것이 이렇게 심각해진 건, 요상하게 그것이 자꾸 맞았기 때문이다. 좋은 운세가 있는 날에는 좋은 일이, 나쁜 운세가 있는 날에는 여지없이 나쁜 일이 찾아온다. 왜! 그래서 전날 밤에 올라오는 이 운세를 확인하는게 실제 일을 맞닥뜨리는 것보다 더 떨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내일 또 중요한 발표가 있었는데-나같은 상황에선 발표가 날 꺼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한다- 괜히 자꾸 발표 사이트를 들어갔다. 그랬더니 글쎄, 그들이 퇴근하기 전에 발표를 올려놨더라고. 오옹? 얼른 들어갔다. 그리고 슬픈 결과를 봤지.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아픈 티를 내기도 무안하다. 그냥 덤덤한 척, 마침 어제 아는 언니가 생일선물로 사준 배쓰밤을 가지고 거품목욕을 했다. 그냥 거품가지고 놀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멍...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답이다. 답이야. 그리고 내일 운세가 올라왔다.
검고 어두운 함정은 더더욱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살짝 그러한 함정에 빠지는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당신은 발을 빼게 될 것이고 정말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나쁜 것도 믿는데, 좋은 것도 믿어도 되는 것 맞지? 발을 뺄거고, 정말 좋아지게 되겠지? 지금 내 갑갑한 눈에만 안보이는거지. 내 삶에 길이 있기는 있을거라고.. 믿는다. 오늘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이 운세를 먼저 봤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음이 무너져내렸을거다-이미 경험해 봤는데, 에이 그거 다 뻥이지 하며 마음을 추스리다가 사실을 확인하면 애써 위로한게 더 힘들어지더라-. 그러니까 오늘 미리 확인한 것이 더 좋은거야. 오늘 밤에만 조금 힘들어 할거고, 다시 문을 두드릴거고, 내가 좋아하는 책 리뷰도 쓸거야. 그리고서 내일 일어나면 또 하루가 있고 친구도 만나고 그럴거야.
언젠가 좋은 일상도 올리는 날이 올거다. 믿지 않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앞만 보고 믿을거다. 한숨 좀 몇 번 쉬고, 다시 또 희망을 가져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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