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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몇 시간 후의 나에게

by 푸휴푸퓨 201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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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눅들지 않기
소심해지지 않기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
세상이 나를 도와줬으면!

웃는 얼굴로 돌아오기

 

+그리고 나는...

  아침 6시 기차였다. 아무리 늦게 자도 다음날 일이 있으면 항상 잘 일어났다. 마음먹고 수업에 지각한 적은 있어도 지각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별 걱정이 없었다. 오만하게 알람을 딱 한 개 맞춰 놓았다. 아마 이 알람보다 먼저 깨서 뒤척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안심했다.

 

  정확히 5시 28분에 엄마가 깜짝 놀라 나를 깨웠다. 머리만 급히 감고 미리 챙겨뒀던 짐을 들고 뛰어나갔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택시에 탔더니 42분, 기차를 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께 6시 기차라고 말했지만 무리하게 운전하시는 건 싫었다. "한 번 해 봐야지~ 뭐" 하셨지만 바로 신호등에 걸렸다. 내심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의사를 비춰 아저씨가 안전하게 운전해주시길 바랐다.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기사님까지 위험한 건 싫으니까.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는 기차를 타지 못했을 때의 문제상황보다 부모님께 면목이 없을 일이 더 걱정됐다. 한심한 나를 끝도 없이 믿어주시는 분들. 늦게 일어나 허둥대는 나를 도와주려고 동분서주 하시면서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셨는데, 무슨 정신이냐 혼나도 쌀 법한 상황이었는데. 아... 엄마아빠한테 죄송해서 어떡해... 하고 혼잣말 한 것을 아저씨가 들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 그때는 아무 정신도 없었지만.

 

  기사님은 정말... 대단했다. 모든 신호를 다 지켰고, 차선을 마구 넘나든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는 분명 30분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어떻게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52분에 나를 내려 주시며 아저씨가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타요~"라고 말씀하셨다는 거다. 그 작은 농담에 얼마나 안심했는지. 정말 많이 고맙다고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터기에 있는 숫자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드리며 서울역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어요, 아저씨 진짜 짱이예요, 한 것이 고작이다. 역으로 뛰어올랐다.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 머리를 못 말리고 가서 어쩌냐,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 는 부모님의 걱정섞인 연락을 읽었다.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꼭 따뜻한 아침 먹어라. 돈도 좀 줄 걸 그랬다... 잘 탔고, 이제 앉아서 화장도 할 거고 먹을 것도 사 먹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한없이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나를 알건 모르건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빚을 다 갚으려면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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