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기 전에 일할 곳을 구하지 못할 까봐 전전긍긍했다. 3월에 다들 나가면 혼자 집에서 느낄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두려웠다. 패기 있게 휴학을 하겠다고 주장해 놓고 일할 곳을 찾지 못했다. 이력서를 내는 그 시장에 섰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대학에 와 글자로 적힐만한 일을 한 것이 없다는 걸 알았다. 자만했고, 절망했다. 아마 이 시대의 20대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력서 앞에서 절망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어찌 자리를 얻었다. 고작 1시부터 6시까지 하는 아르바이트지만 자리를 얻었다.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였지만 자리를 얻었다. 그래, 자리를 얻었다. 오전에는 학교에 나오고 오후에는 보험회사에 간다(이렇게 쓰니 마치 영업사원이 된 기분이군). 일이 좀 잘 풀린다면 과외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급여는 작고 나는 게으르다.
자리를 얻고 나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 알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 적은 돈으로 뭘 어찌한담. 여행을 가겠다고 주장하지만 여행 갈 돈을 다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있는 저금 털어 가겠지. 이렇게 펑펑 쓰다가는 앞으로 여행경비는 커녕 밥값도 사라질 것이다. 지질구질한 나의 일상.
그렇지만 나는 안도감이 생겼다. 아, 집에서 궁상맞게 쭈그리고 있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딘가에서 나를 쓰고 싶어 하는구나. 나는 소속되어 있구나. 행복하지는 않지만 안도 정도는 할 수 있다. 불안했던 지난 며칠을 돌이켜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라면 나는 소속감 없이는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그런걸까?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나는 아마 평생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유리통장이라고 하던가 유리봉급이라 하던가 아무튼 나는 그런 월급쟁이로 일생을 날 것이다. 나는 그게 편해. 그리고 소속감과 안정감을 원하지. 요즘은 쉽지 않다지만 말이다.
일을 해 보면서 주말 알바를 구할까 생각중이다. 일주일 내내 알바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주말 중 하루를 하는 게 좋은데 그럼 얼마 못버는 것이 문제지만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 주말 중 하루만 구하는 알바가 있기는 한가!? 인터파크나 조용히 해야 하는 건가. 근로장학 120시간을 나눠서 생각해 보면 한달에 16만원이라 전체 월급이 76만원이 된다. 그걸로 뭘 하냐고! 어떻게 돈을 모으냐고! 앞날이 깜깜하다. 어제보다는 밝은데 내가 원하는 만큼 밝아지진 않았다. 한 달에 1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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