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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이본 취나드

by 푸휴푸퓨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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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읽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영감을 주는 사람일 수가 있나. 한 권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절판이 되어버려서 중고 서적도 없었다. ‘이대로 도서관에 분실했다고 하고 배상을 할까싶은 못된 생각을 처음 떠올려볼 만큼 소장 욕구가 드는 책이었다. Let My People Go Surfing!

 

두 보이즈(Do Boys)
Q. 가장 힘들었던 등반은 어떤 때였는가?
A. 아마도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취나드를 포함한 친구들과 레이니어 산의 카우츠 빙하에 갔을 때였을 것이다. 나는 전에 빙벽 등반을 전혀 해본 경험이 없었고, 그들은 나에게 크램폰과 아이스 엑스의 사용법 30초 레슨을 해 주었다.
  아주 경사가 급한 빙벽을 건너고 있을 때였다. 미끄러지면 1,000피트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본에게 말했다. “로프를 서로 묶어야 되는 것 아니요?” 그러자 그는 그럴 필요 없어요. 만약 당신이 떨어지면 나도 떨어지는 거요.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건 마치 뉴욕 시내에서 택시를 잡는 것과 같아요. 각자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본과 친구가 된 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보게 해 주었다. 

  이본 취나드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귀여운 에피소드. 난이도 높은 자연물 코스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또 실리적인(?) 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시작 에피소드로 아주 적당하다.

 

누군가는 나가서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보고 와야 했고,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면서 제품 아이디어다, 시장 개척이다, 신소재다 하며 흥분해서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에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고, 마침내 환경이니 사회문제니 그런 이야기들을 회사로 물어다 나르게 된 것이다.

  이본 취나드는 원만치 않았던 학교생활의 대안처로 자연을 선택한다. 자연을 탐험하다 보니 직접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게 됐다. 적당히 팔아서 모험을 떠날 비용만 마련하면 됐는데 물건이 좋아서 회사가 자꾸 커졌고, 회사 제품 구상과 테스트를 위해 (또 워낙 본인이 좋아하니까) 세계를 돌아다니다 변해가는 자연과 환경 파괴를 인식했다. 그가 덤덤하게 표현한 다양한 내용들, 환경 파괴에 대한 생각이나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래서 이상을 실제로 구현한) 그의 회사 환경을 살펴보면 그는 대단히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자랑하지 않지만 자신을 평가 절하하지도 않는 태도로 담담하게 생각을 이어나간다. 그 시절에 직장 내 탁아소라니!

 

마크 덕분에 두 가지를 배웠다. 풀뿌리들의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과 악화된 서식 환경은 노력 여하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들이다. (중략) 1986년부터는 순이익의 10%를 이런 그룹에게 기부하기로 정했다. 나중에는 규모를 올려 매출의 1%나 세전 이익의 10% 중 큰 쪽을 기부하기로 했다. 영업 실적이 좋거나 저조하거나 구분 없이 지금까지 집행을 해 오고 있다.
멜린다와 나는 종종 우리 회사 경영진들과 도매 부문의 성장을 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은 보다 자연스러운 성장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견으로 충돌을 빚곤 했다. 그런가 하면 경영진들에게 고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소매와 메일 주문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내 소비가 부진할 때를 대비해서 해외영업을 촉진해야 한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나는 뷰티유튜버 Liah Yoo를 좋아한다. 리아유는 예쁜 색조 제품이나 매끄러운 파운데이션을 소개하지 않는다. 피부의 건강과 화장품 업계의 과도한 상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선크림의 중요성이나 성분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 사람이 화장품 브랜드 Krave Beauty를 열었을 땐 조금 놀랐는데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유튜브로 돈을 벌어서 신이 난 건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경거망동 하는 게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야). 하지만 차근차근 커나가는 Krave Beauty와 좋은 제품력, 그리고 점점 단단해지는 리아유의 모습에 나는 정말 자주 자극받았다. 최근에는 성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는 Krave Beauty 이야기를 털어놓고 드디어 이제 동남아로도 배송을 확대했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정말 다시 한 번 단단함에 감동받았다. 나와 동년배인 그녀가 해낸 성취에 존경심을 느낀다. 그런데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이렇게 발견하니 얼마나 반가워. 급하게 커가는 사업을 돌아볼 수 있고 그 속도를 늦추더라도 단단해지려는 사업가는 마음속에 대단한 배포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멋져. 정말 멋지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몇 번 전화했었는데? 서너 번? 스무 번을 하면 된다. 전보를 치든지 등기 편지를 보내든지, 그도 저도 안 되면 새벽 5시에 전화해서 깨우면 된다.

  책 전체를 관통하며 느끼는 건데, 저자는 의지력과 끈기가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니 극한 스포츠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네. 그런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 태도가 더 쿨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말이야.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해서 이뤄내면 된다. 적당히 말고!

 

시도하라. 그러나 미리 조사하라. (Go for it, but Do your homework)
(중략) “15만 불을 아끼겠다고 그렇게 야단법석을 치를 가치가 있는가?” “결론은 있다이다. 활쏘기 이야기를 앞서 한 적이 있지만, 일단 목표를 확인한 후에는 다 잊어버리고 과녁을 향해 자세부터 모든 과정을 충실히 밟아 나가는 거다.

  단순히 도전하라는 외침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미리 잘 조사하자. 과녁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나면 그 다음엔 모든 걸 잊는다. 준비는 철저히 행동은 빠른 사람이 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우리 회사 내력과 내가 뭐하는 사람이고 어쩌다 보니 사업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돈을 충분히 벌었다 싶으면 남태평양으로 가서 서핑이나 실컷 했으면 하는 게 꿈이라는 말도 했다. 우리가 당장 사업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어서 그걸 좀 어떻게 해보려면 밑천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
중략) 35년이 지나서야 겨우 내가 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닌 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 돈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바랐던 것은 우리 회사에서 만든 피톤과 빙벽용 도끼가 여타 장비회사 제품의 모델이 되었듯이, 파타고니아가 다른 업계 종사자들에게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강의를 하는 가운데 우선 내가 왜 비즈니스맨이 되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사용하던 복장이나 장비 하나하나를 개선할 방안을 갖고 험한 산행에서 돌아왔던 일이 상기되었다.

  이걸 읽으면서 나도 삶의 이유를 다시 정립해봐야겠다고 느꼈다. 일단 잘 살고 싶어서, 부자가 되면 편할 것 같아서, 같은 이유 말고 이 행동들의 가장 밑에 있는 뿌리를 찾아야 한다. 편하면 뭐가 좋은지, 무엇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 건지.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들이 신념에 충실하며, 미래에 대해 자신들의 뜻하는 바를 반영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환희를 표현한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다시 말해서 사람 냄새가 가시지 않은 것이다. 공격적이고 정열적이다. 

  파타고니아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마음을 이미지로 표현해 선전했다. 이미지에 열광하는 건 바른 소비자의 자세일까? 최근 누군가가 파타고니아 제품은 가격에 비해 내구도가 낮다는 얘기를 했다. 그럼 난 파타고니아 제품을 사야 맞는지 말아야 맞는지. 내구도가 낮은 건 소재가 재활용 소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파타고니아가 대충 만든 걸까. 저자의 신념에 동의하는 것과 실제 상품 구입은 별개의 일임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재무부문이 모든 비즈니스의 근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무는 회사의 다른 모든 부문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는 내 삶의 메인이 아니라 지원하는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잊기 쉽고 주객전도되기도 너무 쉽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우리는 대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가장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가장 좋은 대기업보다는 가장 좋은 작은 기업이 되기가 용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가 컨트롤을 해야 한다. 한 쪽을 키우려면 다른 한 쪽은 희생을 하는 수가 많다. 그런 시도의 한계를 확실히 해야 하며, 그 한계 안에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왜냐하면 그 한계를 넘어서 확장일로로 가면 우리가 바라는 타입의 회사는 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힐링캠프였나, 무슨 예능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박진영이 나와서 자신의 재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자산 규모가 큰 것에 패널들이 놀라자 사실은 다 JYP 주식이라고, 돈이 생기는 대로 자사 주식을 매입한댔다. 그래야만 JYP의 방향성을 그가 원하는 대로 유지할 수 있다나.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려면 그 방법뿐이라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박진영이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던 거다. 박진영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아티스트를 키워내며 재산을 증식하기 보다는 그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했고, 지금 3대 기획사 중에 가장 탄탄한 회사가 되었다.

 

우리 직원들의 저치, 사회 및 종교적 신념은 각양각색이다. 당연한 것이다. 직원 모두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중에는 회사가 좀 집 같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취나드 장비 회사에 들어왔다가 파타고니아 직원이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신념에 동참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60년대에 비해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그 분들의 공통점으로 남아 있는 건 역시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쓸데없는 계급의식이나 무신경한 소비행태와 소극적인 인생관에 대한 혐오 같은 게 아닐까 한다.

  휴, 굵은 글씨로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쓸데없는 계급의식이나 무신경한 소비행태와 소극적인 인생관에 대한 혐오를 책상 앞에 써놓고 잊지 않아야 할까. 이 생각을 마음 깊이 새기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나쁘다는 것에 대해 내 나름대로는 약간 다른 생각이 있다. 노골적인 나쁜 행동만 나쁜 게 아니다. 옳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나쁜 것이다. 능력이 닿고, 자원도 있고, 기회도 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건 나쁘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본 취나드는 팩력배가 된다. 가만히 있는데 왜 때려요! 가만히 있는 사람도 나쁜 사람이라니 꿈틀꿈틀 움직여야겠다. 최근 기부 금액을 한 달에 1만원 더 올릴까 말까 고민 중이다. 내년에 연봉이 좀 더 조정되면 올릴까, 고작 만 원인데 그냥 할까. 잘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맞을 텐데 증액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파타고니아의 목표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박제해 둔다. 정신을 차리고 싶을 때마다 꼼꼼히 읽어야 겠다.

(모토)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자연과 환경에 불필요한 해악을 끼치지 말 것이며,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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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는데 메인에 재출간 소식이 떠있어 깜짝 놀랐다. 표지도 아주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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