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동년배들보다는 책을 훨씬 많이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의 직업을 가질 길이 너무 협소해보여 그렇다면 출판사에 취직해볼까 한 적도 있다. 함께 공부한 많은 친구들이 출판사로 갔고, 나는 다시 언저리에서 기웃거리기만 하는 지금 ‘출판하는 마음’은 내가 바라던 세계의 여러 단면을 자세히 보여준다.
은유 작가가 썼으니 무슨 내용이더라도 읽었겠지만 출판업계의 이야기라니 심장이 쿵쾅거렸다(두근만 가지고는 모자란 파동!). 인터뷰이들부터가 (내게) 너무 핫하다. 김민정(흑흑 오은시인님 팟캐스트 나오신거 듣고 걸크러쉬 쩔었자나), 너구리 김경희(제가 오키로북스 인스타를 매일 봅니다 본다구요ㅠㅠ), 이경란(B컷 책.. 제가 북스타그램 시작한 계정의 첫 게시글이 이 책이엇쬬...), 박태근(허허 바갈라딘이라니 뫼비우스의 띠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은 나! 스브아이에서도 뵌 적이 있지만...), 정지혜(물론 사적인서점도 가봣지요 땡스북스도 사랑합니다), 이정규(코난북스라니! 아무튼 시리즈의 코난북스라니!)... 거의 대부분의 인터뷰이를 팬심으로 지켜보고 있고 언급하지 않은 분들도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번역자, 마케터, 편집자...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글을 쓰고 싶은 나(하지만 책을 낼 재간은 없는 나)에게 유용한 부분만을 적어두려 한다. 이제는 편집자도 마케터에도 미련이 없지만, 서점을 낼 생각도 없지만 여전히 출판계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뛴다.
"그 글은 좋지만 그게 책이 될 순 없어요."
나는 글과 책을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이 내 안에서 도는 피라면,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책은 누군가에게 읽힐 때만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모호한 자의식은 제쳐두고,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지,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 독자가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지를 독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책을 쓸 수 없는 거지. 나를 표현하고는 싶지만 그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은 다 잡글이고 인터넷 서버의 한 용량을 차지하는 쪼가리일 뿐. 다만 이 과정에서 내가 위로를 얻기에 계속하게 된다. 글이 정제될수록 더 마음 위로의 효과가 커진다. 점점 더 잘 쓰고 싶다.
3. 본인이 만족하는 글을 쓰세요.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쓴 글에 위로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모두가 위로를 받는 건 아닐 거예요.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하거나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저자의 위치에서도 기억하고, 내 글의 첫 번째 독자인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먼저 위로할 수 있는 글이어야 타인도 위로할 수 있습니다.
내 글은 아직 나밖에 위로할 수 없는 글이다. 앞으로 타인도 위로하길 감히 바라는지 어쩌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읽고 나서 내 마음이라도 차분해 진다면 그 효용은 다했다 보기에 요즘은 그를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이니 당연히 글은 매끄럽고 내용은 알찼다. 평소 출판계에 대해 듣던 이야기도 많았고 더 세세히 알게 된 것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면면에 대해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점점 파이가 작아지는 출판 업계에서 모두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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