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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by 푸휴푸퓨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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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컬리의 책은 발견한 시점부터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집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드디어 마침내 읽었지. 작은 서점의 생생한 일상이 궁금해 고른 책이었다. 그런데 앞뒤의 수많은 글자를 읽다보니 엥? 이게 잡지라고? 잡지 등록 번호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감탄이 나왔다. 그래, 잡지가 이런 판형일 수도 있지! 기존 잡지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너무 크다, 글씨가 콩알 같아 가독성이 떨어진다)을 다 없애버렸잖아. 생소한 판형만으로도 정말 마음에 들어서 다른 이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우리 도서관에서는 이걸 단행본으로 등록했던데, 나만 모른 건 아니었어 후후.

 

  꽤 두껍지만 금방 읽는다. 왼쪽에 글자가 거의 없고 기본 글씨가 커서 더 그렇겠다. 이 이슈에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형 서점도 힘들다는 걸 뻔히 아는 판에 소형 서점은 오죽하겠냐만 모두들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몇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공급률 문제. 출판사가 서점의 크기에 따라 공급률을 달리하니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하단다. 대형서점은 10%라도 할인할 여력이 있는데(그리고 심지어 구매자들은 10%도 적다고 느끼곤 하는데) 정가대로만 팔아야 하고 그마저도 마진은 미미한 상황이다. 출판계를 아주 살짝 기웃거린 탓에 출판사도, 작은 서점도, 큰 서점도, 인터넷 서점도 아무도 많이 벌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 어느 한 편의 역성을 크게 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인터뷰이의 지적처럼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 싸게 납품하면서 얻은 손해를 작은 서점을 통해 메우려는 일은 하지 말아야 상생할 수 있을 테다. 그럼 또 큰 서점들이 너무 출판사를 후려치려 하면 안 되는 건데, 그 와중에 큰 서점도 인터넷 서점도 떼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출판 업계가 참 힘들다.

 

  힘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인터뷰 대상인 모든 서점의 수입이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다들 일단 하드웨어 유지(일정 수준의 책 입고, 월세 마련)만 잘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인 한 명의 인건비조차 최저시급 이상을 제대로 벌기도 어려우니 직원을 둘 수 없고, 혼자 하루 종일 내내 가게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그 답답함이 얼마나 클지 걱정스럽다. 최근 많은 서점이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해 음료나 소품을 파는데 이를 긍정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행사도 참 많이 하지. 난 서점에 꼭 책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기에 긍정하지만 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려는 이의 마음도 절절히 이해는 한다. 저도 도관을 사랑하거든요.

 

  그 와중에 미디어는 작은 서점을 오로지 낭만의 시각에서만 조명해댄다. 수많은 인터뷰를 해도 딱 그 프레임 안에서만 나가다보니 어떤 인터뷰이는 인터뷰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단다. 하지만 미디어의 입장에서 굳이 작은 서점을 조명한 건 그 협소한 특징(사랑스러운 공간에 멋스럽게 놓인 책들, 자유분방한 주제를 담은 독립서적들) 때문일 테지 모두가 이야기하는 요즘 먹고 살기 힘들어요.”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었을 테니 또 어쩌겠는가.

 

  인터뷰이 중 누군가는 화가 나 있고 누군가는 상황에 초월한 듯 보였다. 아직 평화롭고 희망찬 새내기 주인도 있었다(굳이 아직이란 말을 붙여본다). 책 선정에 기울이는 노력이 적지 않기에 서점 전체를 꼼꼼히 봐주면 고맙다는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따뜻했다. 내가 가장 최근 서점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털어볼 기세로 둘러봤던 서점은 합정역의 가가77페이지였고, 그때 구입한 책은 모두 만족스럽게 읽었다. 책도 오랫동안 샅샅이 보더니 나가지는 않고 앉아서 책을 읽는 내가 주인에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속으로 좀 걱정했는데(그 와중에 값나가는 디저트는 먹지 않고 아아만 시키는 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나쁜 행동이 아니라니 다행이었다. 하긴. 걱정은 내 괜한 걱정이지 사실 주인분은 내내 친절하셨다.

 

  작은 서점 열풍이 분지도 한 3년은 된 것 같다. 꼭 작은 서점만이 아니라 작은 가게를 모두 응원하기에, 작은 서점에 가서 제목 사진만 찍어오고 책은 인터넷으로 사는 행위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것이 내가할 수 있는 작은 응원이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국내도서
저자 : 브로드컬리 편집부
출판 : 브로드컬리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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