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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김겨울 찬양기

by 푸휴푸퓨 202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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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심이 가득한 글이다. 북튜브 겨울서점에 대한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표현해본다(댓글 한 번 달지 않았던 구독자라니!). 유튜브를 즐겨보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구독 후 한 번도 구독 취소를 누르지 않은 채널로 처음 우연히 발견한 후 지금까지 꾸준히 챙겨본다. 구독자 1만 명 수준일 때 보기 시작한 게 벌써 12만이 훌쩍 넘었다. 북튜버로써는 슈퍼스타다.

 

 

  나와 같은 학번(내가 빠른년생이라 동갑이라 쓸 수 없어 아쉽다)의 그녀는 고려대 심리학과/철학과를 나왔다. 파란 피가 흐르는 나와는 숙적이지. 김겨울이란 이름은 특이한 본명 같지만 예명이다. 인디 싱어송라이터로 노래를 내기도 했고 지역 방송국 라디오 DJ도 잠깐 했다. 2주 간(실제적으론 더 짧게) 고민한 후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짧은 고민 기간이 결단력과 행동력 있는 그녀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상의 배경은 본인의 방인데 그녀의 예전 방은 싫지 않게 엉망이었다. 지금은 이사를 가서 넓어진 책장 덕에 깔끔해졌다. 나는 새 책장에 책이 넘치게 되면 어찌될 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책이란 모름지기 자가 증식하는 생명체이니 그 책장이라고 넘치지 않을 리 없다.

  목소리가 매우 좋고 발음도 훌륭하다. 다른 북튜버에 비해 정말이지 월등한 지점이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낭독을 하는 영상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녀의 채널을 급성장하게 만들어준 분기점도 발음 영상으로 안다. 정작 나는 (발음이 중요한 업을 갖지 않아서) 흘려보냈는데 말이야.

  그녀는 철학을 좋아해서 철학자 월드컵이란 괴이한 게임을 하는 수준이다(각 철학자의 성격과 사상을 잘 모르니 공감하기 어려워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철학과가 후레쉬베리에 애착이 있단 사실도 김겨울 덕에 알았다. 심지어 영어-독어 비교를 하며 철학공부를 한다. 철학 덕쿠의 감성! 사실 철학만 덕후인가, 만년필도 좋아하고 SF소설도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은 디스토피아로 보인다. 디스토피아 소설만 보면 마음이 황량하고 두렵고 힘들어서 도저히 못 읽는 나와는 좀 다른 지점이다. 그래서 또 신기하다.

  영업왕 김겨울이라는 즐거운 애칭도 있다. 나는 겨울왕 김영업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어지간해서는 영업당하지 않는 나지만 김겨울에게 영업당해 최애 물품으로 등극한 ‘핫탑’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고마운 추천이다. 처음 내 눈에 띤 그녀의 영상이 아마도 알라딘 굿즈 리뷰였던 것 같으니 뭐, 사실 태생부터 북튜버라기 보단 영업자 아니었겠어. 라고 하며 그녀가 추천한 책을 뒤적인다.

 

스스로도 겨울왕 김영업을 즐긴다

 

  신애라는 멋진 실친(크아 나도 신세대 언어를 쓴다)도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신애는 민음사 패밀리데이 영상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미친 티키타카가 나오는 이 영상은 웃음이 나면서도 정말이지 덕쿠더쿠하다. 책을 좋아하는 1인으로 책 덕후가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는지 잘 아는데 휴, 이 둘은 어마어마한 콤비다. 신애는 직설적이고 시크하고 쾌활하다. 학교에서 신애와 김겨울이 모여 있으면 어지간한 동급생은 기를 못 폈을 듯싶다. 무적의 말발이었겠지.

  나는 이 김겨울의 영상을 대부분 보았다. 영상만 보았겠는가, 발간한 책과 채널예스에 쓴 칼럼을 읽고 여러 팟캐스트 출연분도 모두 들었다(이외에도 더 기고를 한 걸로 알지만 문득 발견되지 않으면 챙겨보기가 어렵다). 일요일 새벽 6시에 하는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도 들으려 노력한다. 이건 사실 노력만 한다. 들을 수 없다. 자기 직전 틀어놓고 채 첫 번째 코너가 시작되기도 전에 잠든다(나는 숙면을 아주 잘 취한다..). 언젠가는 모든 코너를 들을 수 있겠지. 다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행사에 쫒아가지는 않는다. 이건 나의 엉덩이가 무거운 탓이다. 유튜브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잘 하지 않으니 김겨울이 내 존재를 느낄 일은 만무하다. 저 멀리 안개 같은 구독자다.

  안개 속 수증기 한 점이 갑자기 눈에 뚜렷이 보이는 물방울이 되어 찬양기를 쓰는 이유는 가장 최근에 올라온 긴 영상 '혐오와 배제가 아닌 환대,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기 [사람, 장소, 환대]' 때문이다. 무려 26분짜리 영상이다. 유튜브에, 사회과학 서적을 주제로, 6분도 아니고 26분이라니, 미쳤다. 분명 조회수가 –가벼운 흥미 위주의 영상에 비해- 잘 나오지 않을 그 영상을 김겨울은 책에 대한 애정으로 말끔하게 완성해 냈다. 정리하기도 어려울 책을 깔끔히 풀고 요점을 짚더니 사랑을 표현한다. 나도 들어보니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 26분간 집중해서 시청했다. 대단하다.

  이 책이 좋은 책이란 사실도 와 닿지만, 이 영상에 굳이 내가 감화를 받은 이유는 이 영상 그 자체 때문이었다.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을 걸 알아도 책에 대한 영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김겨울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전력을 다하면 1주일에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을 오로지 신념과 옳은 일에 투자하는 김겨울의 의지와 26분의 뚝심이 존경스럽다. 그녀의 채널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외모나 목소리가 아닌 책에 대한 숙고와 흔들리지 않는 초심, 그리고 성실함임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제 나도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됐다. 어느새 동년배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낸다.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하고 나도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른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나는 하지 못하는 일을 김겨울은 정말 멋지게 해낸다. 그녀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멀리 뻗어나가길. 나는 계속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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