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다이어트 일지를 쓰지 않았다. 3주를 건너뛰었구나.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은 마음이 반, 그래도 살이 찌지 않았고 운동도 아예 놔 버리지는 않았다는 마음이 반이다. 세상 만물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했지. 제자리 인양 보여도 자세히 보면 미미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나의 운동에도 예외는 없는 게다.
시작은 떡볶이였다. 운동 가기가 귀찮아서 떡볶이를 시켜먹겠단 구실로 줌바를 결석했다. 하루 빠지니까 이틀 사흘 빠지는 건 고민도 별로 안되더라고. 2주를 내리 빠졌다. 그나마 생리가 아주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필라테스라도 갔다는 게 위안거리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바뀌고서 프로그램이 어찌나 쉬운지 운동했다는 기분이 잘 안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기는 갔다. 어쨌거나 필라테스나마 다녀서 그런가, 생리를 하고 나서도 몸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줌바를 다시 나간 건 선생님에게 미안해서였다. 출석률이 저조하니 한 명이 빠져도 크게 티가 난다(모든 운동이 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더욱 마음이 쓰여보였다). 그래서 꾸역꾸역 나갔는데 휴, 다시 나간 첫날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역시 재미는 있어서 마지막 남은 이틀의 수업은 잘 나갔지. 대신 필라테스를 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국 약 3주 간 운동 두 가지를 전부 잘 한 주간은 없었다. 운동을 안하면 슬금슬금 간식을 많이 먹게 된다. 공들여 한 운동이 아까워 뿜어내던 자제력을 모두 잃는다. 초코과자도 좀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배가 부른 채로 잠든 날도 여럿이었다. 저녁을 먹고 아무 운동도 하지 않으면 이제는 잘 때까지 배가 부른 사람이 되었다. 느려진 소화 속도에서 노화를 체감했다. 노화를 체감하며 잠을 잤지. 가벼운 몸이 그립다 생각하면서도 홈트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12월이다. 그래도 좀 인맥(?)이랄 게 있어서 약속이 평소에 비해 불어났다.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엉망이 될거란 마음과 줌바가 끝났으니 서둘러 다음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엄청난 식단 관리를 하며 뺀 살이 아니어서인지 고맙게도 살이 다시 불어나지 않았지만 12월까지는 몸도 기다려주지 않을 성싶다. 이제 다시 힘을 내야 해. 내야 해.
5월에는 운동을 쉬자마자 바로 몸무게가 다시 불었다. 불다 못해 심하게 늘어나서 8월에 (일상의 습관을 다 바꾸어 버릴 만큼의) 충격을 받았더랬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금 달라서 쉬는 기간에도 유지가 됐다. 아주 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다시 일어나서 달리고 싶다. 이렇게 마음을 내는 내가 반갑다. 내년에는 더 잘할 거란 믿음이 솟는다.
*쉬는 동안의 몇 안 되는 몸무게 기록
11.5. |
6. |
7. |
8. |
11. |
26. |
27. |
28. |
12.3. |
2.6 |
2.6 |
2.3 |
3.2 |
3.9 |
3.2 |
3.2 |
3.0 |
3.4 |
*2kg 대가 유지되지 못하고 3kg대로 안착했지만 그 정도는 버틸 수 있다
*12월에 2kg대에 안착하는 걸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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