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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사용기 1 - 잠들어 있는 물건을 깨울 기회

by 푸휴푸퓨 202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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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캠핑, 에어컨이라니 계절감 보소!

 

 

  올해 들어서 당근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발견했다. 즐겨 보던 디에디트라이프에서 당근마켓 사용기 영상이 올라오고 당근마켓 대표의 인터뷰가 네이버 메인에서 보이더니만 회사 동기가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파는데 괜찮다는 평까지 했다. 소소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버림과 기증으로도 정리 갈증을 다 채우지 못한 내게는 신세계와 같았다.

시청소감: 에디터B는 정말 대단한 소비러다 (그나저나 에디터B의 글은 참으로 재밌읍니다)

  직거래에 대한 두려움을 뚫고 아마존 킨들을 올린 후 나는 벌써 열 건이 넘는 거래를 했다. 팔릴까 싶었던 물건이 한 시간 이내로 연락이 오고 당연히 팔리리라 생각했던 브랜드 제품은 며칠이나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팔기에 미안한 물건은 무료 나눔도 많이 했다.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기도 애매해서 쌓여있었는데 나누고 나니 돈이 없어도 기뻤다. 쓰레기 봉지에 가득 들어찼던 멀쩡한 물건을 보면 마음 아팠던 과거는 이제 안녕. 이렇게나 산뜻한 해결책이 있었다. 손에 들어오는 약간의 돈은 덤이다.

  다른 사람의 판매 물건을 둘러보는 일도 재밌다. 저렴한 물건이 많아 마음이 혹할 때가 많다. 토리버치 가방이 팔만원이요 닥터마틴 부츠가 오만 원이라는 제안을 보고 손이 드릉드릉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판매자 한 명이 무엇을 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능도 좋다.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추측이 되거든. 옷장을 정리 중인 사람이 제일 찾기 쉽고 손뜨개 작품이 너무 많은 누군가나 새 기계가 사고 싶은 얼리어답터도 있다. 집을 정리하는 노인의 자제분 계정을 보면서는 훌륭한 고가구에 침을 흘렸다. 상대의 일상을 잠깐 살펴보는 기분이다.

  나는 대체로 산 값의 절반 이하 가격에 모든 물품을 판다. 체감상 당근마켓은 시세가 아주 저렴해서 돈을 벌자고 시작할 일은 못된다. 나는 물건이 쌓여있거나 버려지지 않고 잘 사용되기를 바라서 중고 거래를 시작했다. 여러 물건을 팔면서 앞으로 물건을 더 숙고하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과하게 생산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알고보니 지구의 가장 큰 바이러스는 인류였다는 이야기에도 공감이 가. 잠깐의 충동을 참고 잠깐의 불편함을 참으면 지구에게는 길게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대략 10년 전 처음 유럽 여행을 가서 중고 가게가 활성화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참 부러웠는데 어느새 우리나라도 중고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뀐 걸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재사용/새사용을 신제품 구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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