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 나는 대형 제품보다는 손으로 들고 다니며 거래할 수 있는 크기의 물건만을 교환해보았음을 일러둔다. 커다란 소파를 거래하며 용달까지 부르면 더욱 복잡한 상황이 생기겠지. 아득하여라.)
제품 소개 (사진)
1. 여러 상품을 한 번에 올릴 경우 상세샷 첨부
괜찮은 신발들이 올라와 둘러보는데 판매자와 발 사이즈도 맞고 발 모양도 비슷한 듯했다. 그런데 8켤레 이상을 떼샷으로 딱 한 장 올려두었더라. 신발 당 앞, 뒤로 한 장씩만 찍어 올려줘도 판단에 도움이 될 텐데 떼샷에 작게 있는 모양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 찔러보기 거절한다는 멘트까지 보니 다른 사진은 없냐고 묻기도 미안해서 지레 포기했다. 찍을 땐 잠시 귀찮겠지만, 구매 결정 전 추가 질문을 줄여줄 테니 판매자에게도 편한 일이다.
2. 배경은 단순하게
집에서 촬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인 줄은 알지만 혼돈스러운 벽지나 바닥 장판 위에서 찍은 제품은 아무래도 매력도가 떨어져 보인다. 당근마켓을 사용하면서 잡지나 카탈로그의 사진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찍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물건이라면 무지 티셔츠 등판을 활용하거나 담요 등을 바닥에 깔고 찍으면 훨씬 낫다.
제품 소개 (글)
1. 제품의 상표와 제품명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게 적는다. 검색 캡처 화면을 올려두기도 하던데 어차피 판매가 등을 보려면 구매자가 다시 검색해야 해서(다들 가격은 잘라놓더라고) 제품명이나 캡처나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2. 장단점
장점은 구체적으로 쓴다. 상품 설명서처럼 포장하는 말은 불필요해 보이고 간지러워서 나는 잘 쓰지 않는다. 담백하게 특징을 적고 가끔은 어떤 사람이 사면 좋을지 제안도 한다. 단점으로는 진실된 단점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번거로워서 도통 꺼낼 일이 없네요라고 말할 순 없지). 주로 생활 사용감이나 흠집이 있다는 말을 쓴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혹시 모를 불쾌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3. (필요한 경우) 판매 이유
좋다고 칭찬해놓고 팔러 나온 게 멋쩍을 땐 이유를 적어서 공감을 유도한다. 다만 사족이 될 수 있으니 자주 쓰지는 않는다. 작고 깜찍한 미니백이지만 전 빅백을 들고 다니는 보부상이라 도저히 안 되겠네요, 혹은 얼죽아보다는 쪄죽따 스타일이라 콜드컵이 관상용 말고는 기능을 못한다는 정도를 가끔 적었다.
4. 원하는 직거래 지역과 시간, 택배 가능 여부
직거래 지역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힐수록 거래 약속을 잡을 때 깔끔하다. 이로 인해 잠재적 구매자가 포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감수하기로 했다. 시간과 교통비를 많이 소모하며 판매하기에는 이미 물건의 가격이 너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물건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인지 그냥 택배보다는 gs반값택배를 선호한다. 직거래를 할 정도의 의욕이 있으니 gs25를 찾아가는 일쯤이야 별 것 아닐 테고. 매일의 동선에 물건을 부칠 수 있는 gs25를 찾아두면 편하다.
거래 진행 과정
1. 입장은 명확하게, 대화는 간결하면 좋지만..
나는 변죽을 울리기 보다는 원하는 용건을 빨리 말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만 보내놓은 상대방을 보면 대화를 진행해도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지 않으리란 예감이 든다. 물건을 게시할 때 가격 흥정을 받지 않는다고 선택해도 네고는 들어온다. 직거래 가격에 택배가 되냐는 물음도 흔하다. 불합리하다 느끼면 응하지 않는다(억지로 깎아주면 팔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다). 싫으면 하지 말자. 살 사람은 또 나타난다.
카톡이나 문자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당근 마켓 응대도 하나의 일처럼 느껴지는 편이라(그래도 즐거운 일이지만) 잡다한 대화가 길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 사는지에 대한 TMI나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저도 비슷한게 있는데 이렇고 저렇고.. 흑흑 저는 친구와도 자기 전에 이런 잡담을 즐기지 않아요. 예의를 지키는 대화는 필요하지만(인사도 없이 대뜸 네고 들이밀면 안돼안돼) 너무 긴 말은 굳이 안해도 괜찮다. 거래가 처음이라 어색한 마음에 이말저말 붙이는 분이 계시는 듯해 적어본다. 흠, 이건 취향따라 다르겠지만.
2. 직거래? 택배?
경험상 직거래에 나오는 사람은 남자가 많았고, 택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은 여자 이름인 경우가 많았다(적으면서 생각해보니 택배 보낸 이름 전부가 여자였다..?).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바로 약속 장소와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ㅇㅇ장소 ㅇㅇ시 가능하세요?'와 'gs반값택배도 가능합니다'를 연달아 보내면 상대가 원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나는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은 지하철역 앞에서 주로 거래한다. 장소와 시간을 각각 정하면 대화가 영 길어져서(실시간으로 응답을 받지 않으면 정말이지 약속 잡기도 한세월이다) 그냥 한 번에 두 조건을 다 던지는 걸로 방법을 바꿨다. 굉장히 높은 확률로 상대방이 특별한 변경 없이 그 시간, 그 장소가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가까운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가.
택배를 선택하면 '성함, 연락처, 받으실 편의점 지점 이름 보내주시고 ㅇㅇㅇ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라고 필요한 내용과 요청하는 행동을 한 번에 말한다. 반값택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종종 설명한다. 택배비는 전적으로 구매자가 부담하는데, 주로 거래가 밤에 이루어지다보니 입금을 받고 다음날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한 후 퇴근길에 부쳐주게 된다. 처음에는 내일 저녁에 보낼꺼니까 천천히 입금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모두가 바로바로 보내주는 바람에... 이제 그런 말도 하지 않는다. 긴 기다림에 반발하는 분이 없어서 조금 놀랐지만 막상 나도 택배로 물건을 사보니 그냥 빨리 보내놓는게 편하더라고. 내 상대방들도 뭐 이런걸로 사기치겠나 생각했나보다. k-신뢰관계가 이정도다 이말이야.
잘 팔리는 물건의 특징
1. 타깃이 명확하다
내가 생각해도 ooo한 특징을 지닌 사람이라면 혹할만한 물건이거나(위 사진의 키보드는 크기는 일반 키보드만큼 큰데 몹시 가벼워서 작은 블루투스 키보드의 타격감을 싫어하는 분들께 추천한다는 멘트를 적었다) 소수지만 충성스러운 마니아층을 지닌 물건이면 좋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입문자용 타로카드를 구입해서 어언 1n년을 묵혀두었다. 설마 팔리겠냐는 심정으로 딱 반값에 올렸는데 설마 팔리더라고. 맛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맥주효모 분말도 머리숱 이야기를 얹어 올려두니 30분도 되지 않아 구매자가 나타났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나밖에 팔지 않는 물건이라면 팔린다. 그것만을 찾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
2. 저렴하다
당근마켓에서 구입 원가를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일은 부질없음을 느꼈다. 모든 것의 시세가 워낙 저렴해서(반값 이하부터 생각하면 되는 수준이다) 앞으로 사야 할 물건이 있으면 당근마켓부터 뒤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관심도 생겨날 만큼 좋은 제품을 싸게 팔면 안 팔릴 수가 없겠지.
*그렇다면 팔기 힘든 물건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안 팔리는 물건은 여성 의류다. 공급이 너무 많아 가격 후려치기가 어마어마하고 판매 사진처럼 상품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착샷을 올리면 쓸데없는 연락도 오는 모양이라 쇼핑몰 사진도 올려두더라. 성과에 비해 들이는 노고가 너무 큰 품목이다.
매너 있는 거래자가 되려면
1. ★제발★약속에 늦지 말기
겪어보니 시간에 관해 사람들을 딱 두 타입으로 나누게 된다. 아예 1분도 늦지 않거나(미리 도착해서 숨어계셨던 게 아닐까 매번 생각한다) 정말이지 왕창 늦거나. 약속에 늦는 거래 상대는 최악(솔직한 심경으론 최치최쵳최쵳최아아아으아악아아악이라 쓰고 싶다)이다. 5~10분 정도 늦는 걸로는 이런 말도 안 하지. 약속에 30분 이상 늦는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그냥 팔지 말고 돌아갈까 고민하다가도 물건을 다시 들고 집으로 가는 게 귀찮아서 매번 기다렸는데, 내내 서서 기다리다 숨도 차지 않은 표정으로 느릿느릿 다가오는 상대의 모습을 보곤 인류애가 증발했다. 무료 나눔인데도 늦는 분은 그냥 약속 장소 구석에 물건을 두고 오기도 했고. 돌아서자마자 약속 시간을 안 지킨다는 평을 날린 건 물론이다. 제발, 시간도 돈만큼 소중하다.
2. 질문은 한 번에 하기
살 지 말 지 결정하기 전 여러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천천히 고민하고 구매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물건 탐색 시간은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질문에 답을 해주면 1시간 뒤에 또 질문, 답을 받고는 1시간 뒤에 또 질문. 질문 텀이라도 짧으면 온 김에 대답하며 실시간 채팅하는 기분일 텐데 간격이 길어지니 신경만 쓰인다(무례하게 느껴질 테니 그냥 사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일하는 중이라 바빠서 바로 대답이 어려우면 그냥 밤에 한 번에 물어보았으면 한다. 쿨거래 좋잖아요.
3. 천 원 단위 지폐 준비하기
첫 판매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아무런 현금 없이 터덜터덜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던 내게 구매자가 5000원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잉? 현금도 체크카드도 없어서 계좌 이체를 해드리겠다 했는데 도착한 사람이 글쎄 외국인이지 뭐야. 마음 착한 그는 주변 편의점에 가서 캔음료 두 개를 사 가지고 와서는 음료도 하나 주고 5000원도 지불하고 사라졌다. 물건을 올렸다 팔리지 않아 야금야금 가격을 깎다 보면 애매하게도 3000원, 4000원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실시간 계좌이체를 이용하지 못할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거래자 중 중장년층의 어르신도 적지 않았다). 구매자도 될 수 있으면 정확한 금액을, 판매자도 혹시 모르니 넉넉한 천 원 단위의 돈을 구비하면 서로 편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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