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제목을 쓰고 나서 잠시 생각해 본다. 내가 정말 신뢰를 얻었나? 나만의 생각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얼마나 많은 아르바이트들이 이 자리를 지나쳤을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찍 그만둔 아르바이트 생이 그 중 나 하나뿐이랴. 아마 내가 그만둔다고 해도 딱히 놀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이 것은 문득 든 것일 뿐 여전히 '왜 벌써?'라는 답이 먼저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묻겠다. 아니 왜, 6개월도 채우지 않고? 1년 할 수 있다더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니?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과,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발 못뻗고 잔다는 말을 이번에 몸소 느끼고 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어느 거짓말이든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사무보조라는 아르바이트를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사무실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많은 회사원들은 빌딩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어떻게 지내고 있기에 다들 한결같은 불만을 나타낼까? 휴학을 하고 겪은 4개월은 확실히 다이내믹하진 않았지만(=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내 스스로 작으면서 크게 느낀 것은 여러가지라고 생각한다. 휴학하길 잘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 휴학하기 전 보다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한 것 같기도 하다. 알쏭달쏭.
아빠한테 무심코, 나 아르바이트 하다가 느낀건데 진짜 똑같은 회사에 수십년간 매일 다닌 아저씨들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존경스럽더라, 했다. 이 말이 아빠에게 꽤나 감동적이셨나보다. 이 아르바이트에서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우리 회사(우리 회사라고 부르기엔 난 우리의 일원이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딱히 부를 말이 없으니까)의 본부장님을 보면서 아빠가 본부장으로써 하는 일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직장인으로써 가지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그 자리까지 올라간 아빠는 정말 대단해! 나는 그렇게 가족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죄다 포기할 수 있을까, 한 세월을 회사에 오롯이 바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내가 참아낼 수나 있을까 싶음'이 내 답이다. 책임져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 굉장히 크게 와 닿기도 하고.
9월로 여행을 옮길까 싶어 이틀 정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결론은 뭐, 취소수수료가 너무 엄청나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친구의 말에 피융...다시 원상복귀했다. 나는 미뤘으면 좋겠긴 한데, 몇 십만원을 막무가내로 내라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6개월도 안채웠는데 그만둔다고 말하지? 미쳐버리겠다.
첫 문단의 마음을 계속 가져가면서 뻔뻔스럽게 버텨볼까? 크아아, 뻥은 어렵다. 거짓말도 어렵다. 그렇게 일을 열심히 가르쳐 주셨는데, 이제 좀 시킬만 한데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진 않으시겠지. 왜이렇게 옆 부서 알바는 안구해지는거야!?!? 정직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2학기 때 구하는 알바는 또 어떡하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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