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질문이라 곰곰이 고민했어요.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자존’이나 ‘주도권’ 같은 것들이에요. 대학생 때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나의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가 이기적이라길래 너의 지구는 너를 중심으로 돈다고 했죠. 제 삶은 제가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직업을 선택하며 워라밸을 중요시했던 이유도 결국은 회사에 삶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회사에 소홀할 생각은 없지만 회사가 제 모든 기력을 소진하게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살다 보니 나의 지구를 희생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사랑하는 남자친구. 이해관계를 계산할 생각이 들지 않는 소중한 친구 몇 명. 그래서 저는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애정을 골랐어요. 내가 애정 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삶이 제게는 중요해요. 내가 하는 선택이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야겠다, 나를 애정 해주는 마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죠.
가진 게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모두 잃는다 생각하면 마음이 허망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몇 푼 되지 않는 알량한 돈이나 건강쯤은 노력해서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네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다 잃는다면? 이 생각은 말 그대로 제 눈앞이 깜깜하게 만듭니다. 가끔 혼자 먼 미래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상상을 하면 순식간에 눈물이 나요. 잃는 게 두려운 사람은 가진 게 많아서라는데, 아마도 저는 애정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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