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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11. 당신의 삶에서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by 푸휴푸퓨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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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질문을 보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만족스러운 순간 말고 '멋있었던' 순간을 꼽아야 한다니. 옷을 잘 입는 멋을 말하는 것도 아닐 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했지만 쓸만한 대답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순간은 많아요. 기억만 해도 행복한 순간이나 그 시간을 지나면서도 나중에 돌아보면 이 시간이 소중하겠구나 느꼈던 순간은 몇 개쯤 쉽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멋있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딱히 없네요. 제가 무언가 성취를 해낸 순간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제가 자랑스러운 순간이지 멋지진 않다고 생각해서요. 아무래도 멋있으려면 약자나 세상을 위해 나서거나 하기 힘든 배려를 했어야 할 텐데, 솔직하게 제 이익을 접고 남을 위한 적이 떠오르지 않아요.

  이제 서른이니 앞으로 별 일이 없다면 50년 쯤은 더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괜찮은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보겠습니다. 미담 자판기가 될 재목은 못되지만 살면서 한 두 개쯤은 만들 수 있지 않겠나요. 아직 하나도 만들지 못한 건 부끄럽네요.

  부끄럽다는 말로만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애매하니 최근에 '나 좀 괜찮다'고 느낀 순간을 굳이 적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작년에 거북이 코에 빨대가 들어간 사진을 보고 거북이에게 미안해서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는다고 동네방네 말하고 다녔는데, 그 말을 들은 회사 동기가 빨대를 볼 때마다 제가 생각나서 일회용을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성보다 감성에 다가가면 좋다는 조언을 읽고 떠든 이야기였는데 어쩐지 성공한 느낌에 아주 뿌듯했습니다. 빨대를 줄이는데 일조한 제가 꽤나 괜찮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한 걸음씩 멋진 사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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