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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9.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

by 푸휴푸퓨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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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전 유난히 제가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 손에 자란 덕에 얻은 소아 비만과 늘 우등생인 언니와의 비교가 제 자존감을 갉아먹었죠. 깊은 열등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제가 내세웠던 건 자존심이었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고슴도치처럼 늘 뾰족한 바늘을 세우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저의 모습마저도 싫었어요.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는 왜 나는 미디어에 나오는 멋진 대학생이 되지 못하는지 자책했습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었어요. 중·고등학교에서 상담 교사를 하는 분의 사례 이야기였는데요. 겉으론 세 보이는 노는 아이도 마음 속에는 용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네 마음속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주라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라 하면 많은 학생이 눈물을 흘린다고 했어요.

  그 말에 처음으로 제 마음을 다독이게 되었어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두운 곳에서 울고 있는 어릴 적 제 모습이 상상되더라고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보내진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언니와 상관없이 넌 최선을 다했어.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만해. 그때부터 처음으로 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저를 비하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생각을 멈추려 노력했어요. 타인의 성취와 제 성취를 비교하는 일도 멈췄고요. 자기 전 하루 일을 후회하던 습관도 자연스레 버렸습니다. 여전히 저를 채찍질하며 성취하기를 좋아하지만 채찍질의 내용에 너는 정말 못난 쓰레기다, 이것도 못하냐는 식의 생각은 다 없어졌어요. 알고 보니 저는 채찍질보다 부둥부둥 칭찬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우연히 읽은 심리 치유 방법 덕분에 제 삶의 온도가 참 많이 바뀌었어요. 책 제목도 저자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어느 학교의 교단에서 여전히 학생들을 보듬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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